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창사 이래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 번 갈아 치웠다. 삼성전자는 31일 지난해 연간 실적이 연결 기준 매출액 239조5800억원,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치이며, 연간 50조원 돌파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50대 1 배율로 주식 액면 분할도 결정했다. 기존 주식의 액면가를 분할, 총 발행 주식 수를 늘린 것이다. 삼성전자 주식 1주를 가진 사람은 50주를 갖는 효과를 보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도 커지고 더 큰 배당 혜택도 가능해졌다. 삼성도 장부상 주식가격 총액이나 주당이익률 등 재무제표 내용은 그대로지만 장기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시장, 주주, 회사 모두 반기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굵직한 결정을 진행한 배경에는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다는 얘기다. 총수 구속이라는 악재가 있지만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서 저력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대내외에 확실하게 알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따져 보면 최대 실적 1등 공신은 메모리 반도체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이 무려 47%를 기록하면서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65%를 차지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 하나로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주지하다시피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속성을 띠고 있다. 호황기가 있다면 언젠가 다시 조정과 불황기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지금이 삼성전자가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기대 이상의 실적에 흥분해서 설익은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 과감한 기술 개발 투자로 화답해야 한다. 삼성은 아직 뚜렷한 미래 사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잠시 숨 고를 기회를 잡았다. 이미 세계 최고 기업 반열에 오른 삼성은 과거와 현재가 아닌 미래와의 싸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