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Ⅹ(텐) 부품 구매를 줄이고 있다. 하반기에는 발주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반기 신모델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되지만 대규모 재고 조정은 이례다. 일각에서 제기된 아이폰Ⅹ 단종설이 사실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한국 부품 협력사가 실적 감소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Ⅹ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달 19일을 전후해 협력사에 애플 아이폰Ⅹ 관련 부품 발주 감소를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초 계획보다 50% 이상 물량이 감소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를 수정, 통보했다. 변경된 내용에 따르면 올 1분기 규모가 기존 4000만대에서 2000만대로 줄었다.
1분기뿐만 아니라 2분기에도 발주 감소를 예고했다. 한 부품 업체 관계자는 “분기마다 50% 이상 포캐스트(전망치)가 줄고, 하반기 물량 계획은 없었다”고 전했다. 2분기까지 발주가 감소하는 데다 하반기에는 계획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아이폰Ⅹ이 사실상 단종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Ⅹ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독점 공급하고, 삼성디스플레이의 발주는 곧 아이폰Ⅹ 생산 계획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부품 업계는 아이폰Ⅹ 발주 감소폭도 심상치 않은 신호로 보고 있다. 통상 1·2분기는 비수기다. 또 하반기 신제품 출시를 앞둬 재고 조정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부품 주문이 감소하는 시기다. 그러나 최근의 감소폭은 일반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중론이다.
아이폰Ⅹ 부품을 공급하는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주문이 빠져서 비수기 요인 외에도 판매 부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의 경우 현재까지 재고만 공급하고 추가 발주 중단을 통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Ⅹ은 애플이 처음으로 액정표시장치(LCD) 대신 OLED를 적용한 스마트폰이다. 이 OLED 디스플레이에는 국내 기업 부품·소재가 대거 채택됐다. 또 3D 센싱 모듈, 카메라, 반도체 등도 한국 기업의 제품을 쓰고 있다. 아이폰Ⅹ의 생산 변화는 곧 국내 업계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지 주목된다. 특히 아이폰Ⅹ은 5개 아이폰 제품군 가운데 1개 모델에 불과하지만 애플은 차기 신형 아이폰에 OLED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앞으로의 전략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주문 변화에 중국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OLED 공급을 늘려 애플 감소분을 메우려는 의도다. 예상치 못한 애플 여파로 국내 부품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