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해 출시할 신형 아이폰 3종 모두에 페이스ID를 탑재한다. 페이스ID는 사용자 얼굴을 바로 인식, 스마트폰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보안 기술이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Ⅹ(텐)에 첫 도입된 뒤 편의성으로 주목받았다. 애플이 페이스ID 적용을 확대하면서 관련 부품 및 장비업체 특수가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출시하는 아이폰 3개 모델(OLED 2종, LCD 1종)에도 페이스ID를 도입하기로 하고 모듈 공급 업체를 선정했다. 기존의 아이폰Ⅹ 페이스ID 모듈 제조는 LG이노텍과 샤프가 맡았다. 그러나 올해 나올 신형 아이폰에는 변화가 생겼다. LG이노텍이 아이폰Ⅹ에 이어 후속 모델 제조를 맡는 가운데 중국 기업이 새로 진입했다.
중국 업체는 2개사로 파악됐다. 스마트폰 부품 시장에서 떠오르고 있는 A사와 반도체 패키징으로 유명한 B사다. LG이노텍이 가장 비중 큰 메인 벤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물량은 A사와 B사가 소화한다.
애플이 페이스ID를 확대, 적용하려는 움직임은 사전에 감지됐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수직표면광방출레이저(VCSEL, 이하 빅셀) 제조업체 피니사에 3억9000만달러(약 423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빅셀은 아이폰Ⅹ 페이스ID 모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그러나 페이스ID 모듈 제조사까지 구체화돼 포착된 건 처음이다. 가을 신모델 출시를 위해 애플이 서플라이체인(SCM) 구축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은 지난 1월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과 신기술 모듈 사업'에 8737억원을 설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어느 회사 카메라 모듈인지, 신기술 모듈은 무엇인지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애플 페이스ID 모듈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한 가운데 LG이노텍의 애플 공급 확대가 유력시 된다. LG이노텍은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애플은 세계 전자부품 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영향력이 큰 기업이다. 최근 아이폰Ⅹ은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지만 아이폰 전체 판매량은 연간 2억대가 넘는다. 부품 구매량이 많은 데다 시장 트렌드도 주도하고 있다.
애플이 페이스ID에 도입한 3차원 얼굴 인식 기술은 다른 스마트폰 업체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빅셀, 적외선(IR) 카메라 등 부품 시장이 여기에 맞춰 요동치고 있다. 독일 반도체 업체 인피니언은 비행시간(ToF) 기반의 3D 이미지 센서를 지난달에 출시했다.
각 기업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아 업체 간 희비도 주목된다. LG이노텍은 애플 듀얼 카메라 모듈에다 페이스ID 모듈 공급 효과까지 더해져 지난해 4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LG이노텍의 올해 실적 변화와 신규 진입한 중국 업체의 선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이 핵심 부품 제조를 일본이나 한국 외 중국에 맡기는 건 이례여서 중국 부품사의 부상도 주목할 대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019년 모델부터 얼굴 센싱 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부품 수를 늘리고, 카메라 모듈과의 통합 등도 검토하고 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