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4차 산업혁명 입법과제, 정부-국회 의견차 좁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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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제시한 52개 규제개혁 입법과제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관 부처 의견을 취합한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4차특위) 정부 검토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국회가 부처와 상임위원회를 넘나들며 산업 개혁과제를 총망라해 입장을 조율하고 정리한 건 처음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 규제 개혁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ICT 규제개혁 법률

본지가 52건 입법과제에 대한 정부부처 검토의견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수용 13건 △일부수용 11건 △신중 검토 16건 △수용 곤란 10건 △기타 2건 순으로 집계됐다. 국회가 제시한 입법과제 절반 가까이 정부가 동의를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국회가 1호 과제로 제시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 특별법)' 전면 개정을 수용했다.

개정(안) 핵심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평가된 신속처리 규정을 완화 또는 폐지하는 대신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제품을 출시 가능하도록 임시허가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신속처리를 규제현황을 확인하는 제도로 변경하고 신속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임시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규제유예제도)를 포함한 전면 개정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정부는 지역 중심의 규제 완화 특구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확인했다. 지역별 규제특례 구역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국회 법률 개정(안)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는 신기술·신산업 육성을 위한 '지역특구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며 수용 입장을 표시했다.

정부와 국회가 신사업 진입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확인하며 제도 개혁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타트업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신규기술을 개발하면 어떤 규제를 적용받게 되는지 간단한 확인을 거쳐 곧바로 임시허가를 신청해 제품을 시장에 빠르게 출시할 수 있게 된다.

일부 이견도 표출됐다. 과기정통부는 민간 참여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정보통신융합정책협의회'를 설치하는 (안)에 대해서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수정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다만 네거티브 규제 도입 실적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에 대해서는 수용 곤란 입장을 확인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능정보기술 기업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법률 개정(안)에 신중 검토 입장을 표했다.

정부는 법률 전반에 네거티브(우선허용·사후규제) 적용 등 원칙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세부 추진 절차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디테일'을 보완하는 일이 과제로 부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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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이동체 분야

정부는 융합산업 분야별 개혁과제와 관련해서는 보다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빅데이터 규제 개혁과 관련 '보호'에만 초점을 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전제에 동의했다.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된 '비식별 정보'는 정보 주체 동의 없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방향에 대해 유관부처인 과기정통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가 수용 입장을 밝혔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비식별 개인신용정보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보의 특성과 해외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법적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수용' 입장을 표했다.

정부와 국회는 빅데이터 품질과 신뢰도를 높여 산업 전반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기반을 조성한다는 원칙에 의견을 같이 했다. 데이터 종류와 활용도가 광범위한 상황에서 유관부처별 의견을 조율하고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데 있어 보다 면밀한 합의를 도출하는 일이 과제로 지적됐다.

산업 관련 법률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의견이 우세했다.

자율주행차 종류와 정의, 안전운행 요건과 성능기준에 대한 규정을 마련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신중 검토' 입장을 밝혔다. 자율주행차 도로운행 근거와 사고 시 민사 책임을 명확히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경찰청과 국토부는 신중 검토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한 법률 정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법률이 오히려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에 정부는 국회가 드론 개념을 법률에 별도 분리해 규정하는 항공안전법 개정(안)을 제시한데 대해 국토부는 드론 신고와 인증 등 자격, 사업등록 등 문제에 대해서도 법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산업별 상용화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처방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법제화를 유보해 혁신을 촉진하되 이미 상용화가 이뤄진 산업은 관련 법률 정비를 서둘러 안정화하려는 포석이다.

◇금융·보건 분야

규제변화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금융, 보건 분야에서도 정부의 신중한 입장이 두드러졌다.

금융·핀테크 분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금융위는 전자화폐발행업, 전자자금이체업, 직불전자지급수단발행업 등 8~9개로 세분화된 업종 분류를 3~4개 업종으로 축소해 합리화하고 최소자본금·재무건전성 등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신중 검토' 의견을 표했다.

과도하게 통폐합할 경우에는 관리감독상 문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아울러 2016년에 이미 한 차례 PG업 등에 대해 자본금 기준을 낮춘 적이 있으므로 추가 완화에는 신중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보건복지부는 제약산업 육성 특별법상 '혁신형 제약기업' 투자기준에 AI를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을 별도로 규정하는 방안에 대해 수용곤란 입장을 표했다. 현행법률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투자를 하는 제약기업'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분류하는데, AI라는 별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정부는 국회가 제시한 산업별 입법과제 추진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과도하게 법률로 규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곤란을 표했다. 정부 입장 전반에서 사회적 논쟁이 첨예한 이슈와 관련해 법제화가 정책 추진에 유리하다는 판단과, 때로는 법률이 산업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드러난다.

국회 입법과제에 대한 정부 의견 검토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규제개혁 출발점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 입법과제에 대해 완벽한 의견 일치는 이루지 못했지만 규제와 산업 전반을 아우르며 정부와 국회의 기본 입장을 확인했다”면서 “검토 의견을 바탕으로 규제개혁 입법 과정에서 의견차를 좁히고 신속한 논의를 진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