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는 누가 키우나

[기자수첩]소는 누가 키우나

미국이 통상 압박을 강화했다. 우리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당한' 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검토도 주문했다. 철강업계 등 우리 산업계도 적극 대응 원칙을 세웠다. 정부와 업계 모두 미국 대응에 서둘렀다.

국회는 달랐다. 실망스러울 지경이다. 부당함을 알리고자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지만 정족수 16명에 1명이 모자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6일 민주평화당 소속 장병완 위원장이 제안한 '미국 정부의 통상 정책에 대한 유감 표명 및 정부에 대한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다.

양국 간 상호 호혜성 통상 관계가 어려움에 직면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내용이다. WTO 제소, 한·미 FTA 위반 여부 검토 등도 정부에 촉구했다.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여당에서도 이탈자가 나왔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가 누군지에 대해서는 '함구령'까지 내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앞서 해당 결의안 채택을 강하게 촉구했다. 정부의 외교 노력을 뒷받침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집안 단속에 실패했다. 지역구 일정 등을 모두 취소하고 회의에 참석한 동료 의원들은 망연자실했다.

자유한국당은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더 우려된다'는 이유로 결의안 채택에 반대했다. 불참을 통보하고 참석하지 않았다. 바른미래당은 찬성했지만 일부 의원이 불참했다.

산자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30명이다. 민주당 12명, 한국당 11명, 바른미래당 3명, 민평당 2명이다. 민중당과 무소속도 각 1명이다.

국회 결의안이 채택된다고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 압박을 완화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묻고 싶다. 국회도 여당도 관심이 없다면 도대체 '소는 누가 키운다'는 것인가.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했다. 지금은 경제 안보 위기 상황이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