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접속 경로 변경과 관련해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과징금 부과를 계기로 국내 통신사업자와 글로벌 인터넷 기업간 공정한 망 이용 대가, 활용 원칙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페이스북 접속 경로 변경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 조치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과 업무처리 절차개선 명령, 시정명령 받은 사실의 공표 등 제재를 부과했다.
페이스북이 정당한 사유없이 전기통신서비스 가입·이용을 제한하거나 중단해 이용자 이익을 저해했다고 판단한 결과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2016년 12월부터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협의나 이용자 고지 절차없이 인터넷 접속 경로를 기존 KT에서 해외사업자로 임의 변경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방통위는 페이스북의 일방적 접속 경로 변경 이후 네트워크 응답속도가 SK브로드밴드 4.5배, LG유플러스 2.4배 느려진 사실을 파악했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관련 민원은 각각 월평균 260건, 136건으로 평소 대비 100배 이상 급증했다. 이후 페이스북은 국정 감사 등에서 논란이 되자 접속경로를 되돌렸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국내 1일 접속자 1200만명에 이르는 영향력이 매우 큰 사업자임에도 시장을 왜곡시키고 중대한 이용자 피해를 발생시켰다”면서 “조사기간 중 위반행위를 중지하고, 성실하게 임한 점을 고려해 과징금 3억96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방통위가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해 글로벌 기업을 제재한 최초의 기업이 됐다. 글로벌 기업이라도 국내 이용자에 피해를 준다면 과징금을 비롯해 시정명령이 부과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결과로 평가된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한 사건”이라면서 “부가통신사업자의 시장 영향력 증대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금지행위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방통위 결정으로 페이스북과 국내 통신사업자 간 망 이용 대가 협상에도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 사업자와 협상을 시작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등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역시 유감을 표하면서도 국내 사업자와는 협상의지를 드러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일단은 유감스럽지만 방통위의 공식 문서를 받은 이후 공식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페이스북의 목표는 사용자에게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통신사와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제재를 계기로 글로벌 기업의 위법 행위와 관련, 제도 실질 개선 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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