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가을 출시 예정인 차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아이폰 2종을 올해 5500만대 안팎으로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작인 아이폰X 생산 목표 1억대 대비 규모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그 대신 액정표시장치(LCD) 아이폰 비중을 높인다. 아이폰X(텐) 판매가 저조하면서 OLED 아이폰 사업 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아이폰 부품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애플에 정통한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OLED 아이폰 2종을 출시할 계획이지만 전작인 아이폰X보다도 생산 규모를 낮게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관계자는 “아이폰X 판매 부진이 애플 사업 전략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서 “올해 OLED 신규 모델 2종을 출시하지만 전체 생산량은 5000만~5500만대에 불과할 것이라고 애플 측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아이폰X 생산 계획의 절반 수치다. 애플은 지난해 처음 아이폰에 OLED를 도입키로 결정하면서 1억대 이상을 OLED로 만들 예정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관련 업체들은 애플의 이 같은 계획에 발맞춰 공장을 증설했다.
그런데 출시 이후 아이폰X 판매가 예상 외로 부진하자 애플은 전격 감산을 단행했다. 올해 초에 1분기 발주량을 당초 계획 대비 절반 이상 줄였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1억대 이상을 계획한 아이폰X 목표치를 1월과 2월 각각 9000만대 및 7500만대로 하향 조정하고, 오는 9월 단종까지 결정했다.
아이폰X 감산은 국내 전자부품 업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애플에 단독으로 OLED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주문 감소로 가동률이 급감했다. 제조사의 가동률 하락은 실적 악화를 뜻한다. OLED뿐만 아니라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OLED 재료 등 부품과 소재를 제조하는 2차 협력사까지 줄줄이 유탄을 맞았다.
국내 업체들은 올 가을 새로운 OLED 아이폰이 출시되기 때문에 하반기부터 다시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OLED 아이폰 모델 수가 2종으로 느는 만큼 회복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도 크게 엇나갈 것으로 보인다. OLED 비중 축소는 아이폰X 판매 부진을 경험한 애플이 OLED 채택에 보수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OLED를 줄이는 대신 LCD 비중을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OLED는 5500만대 안팎, LCD를 1억5000만대가량 각각 생산할 방침이다.
LCD 비중이 늘어나지만 이 수혜는 국내가 아닌 일본 JDI, 샤프 등 경쟁사에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자부품 업계가 실적 부진에서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A사의 경우 애플 매출 비중이 80%에 이르는 상황에서 감산 충격을 받아 전 직원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하는 등 힘겨워하고 있다. 또 B사는 올 애플 물량 기대에 베트남 공장을 증설했지만 주문이 늘지 않으면 공장 가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애플 주문에 기대를 걸고 있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역시 신규 투자를 늦추면서 장비 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전자부품 산업에 애플발 2차 후폭풍이 우려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