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핵심 기술 공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고용부는 9일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가 영업비밀로 볼 만한 정보가 없다는 법원 판단을 근거로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삼성이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인정할 부분이 있으면 관련 지침에 반영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제3자 공개라는 큰 방향은 변화가 없어 보인다.
이에 앞서 삼성은 일부 산업재해 피해자가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이를 막기 위해 행정소송을 내고 행정심판을 제기한 상태다. 또 보고서 내용이 국가 핵심 기술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줄 것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했다. 산업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전문위원회를 조속히 열고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30나노 이하급 D램과 낸드플래시, 파운드리에 해당하는 설계·공정·소자기술과 3차원 적층 형성 기술, 조립·검사 기술, 모바일 AP설계·공정기술 등 7개 기술이 반도체 분야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돼 있다.
고용부는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우지만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게 옳은 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더욱이 지난달 초 관련 지침을 바꿔서 이해 당사자를 넘어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교롭게 반도체공장 근로자의 백혈병 산재 판정 소송에서 근로자 측을 대변하던 변호사 출신이 산재보상정책국장으로 온 시점이었다.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핵심 기술이 고스란히 중국 등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그나마 중국을 따돌리는 분야다. 특히 반도체는 수출의 20% 이상을 기여하는 효자 품목이다. 핵심 기술이 공개된다면 당장 삼성은 물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심각한 타격도 불가피하다. 정부와 우리 기업이 안방에서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뒷짐 지고 웃는 건 경쟁국인 중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