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韓·美·日 '갤럭시-아이폰' 출고가 비교 한 눈에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고객이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고객이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방송통신위원회가 2017년 5월 11일과 2018년 3월 16일 두 차례 갤럭시S8(64GB) 출고가(국가별 1위 이통사)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93만5000원으로 동일했다.

반면에 캐나다는 96만9007원에서 78만3076원으로, 독일은 98만6314원에서 78만8254원으로, 스페인은 99만7473원에서 75만9399원으로, 스웨덴은 101만5849원에서 91만1099원으로, 미국은 92만8441원에서 80만5148원으로 낮췄다.

각국 출고가는 환율 차이와 부가가치세율 차이 등을 감안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출고가가 OECD 주요국가에 비해 잘 인하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내달 2일 시행되는 '휴대폰 국내외 출고가 비교 공시'는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애플 아이폰이 세계 각국에서 얼마의 가격으로 판매되는지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누가, 언제

휴대폰 국내외 출고가 비교·공시는 방통위가 운영한다. 정부가 국내 휴대폰 출고가를 공시하는 것은 물론, 해외 가격 정보까지 공식 제공한 사례는 전무하다. 국가별 휴대폰 가격 비교 기준 결정은 공정성·객관성·전문성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조사한 국가별 가격 결과를 반영한다.

정식 시행은 5월 2일이다. 제조사·이통사가 내는 지원금을 각각 공개하는 분리공시와 달리 국회 입법 과정 없이 자체 추진이 가능했다. 앞서 방통위는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1년간 자료 수집 등 준비를 철저히 했다.

◇어디에서

휴대폰 국내외 출고가 비교·공시는 방통위가 자체 운영하는 정보포털 '와이즈유저'를 통해 제공된다. 방송통신정보 이용자 역량을 강화하고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009년 11월 정식 오픈한 홈페이지로 이용자 접근성·정보 활용도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방통위 홈페이지, 통신요금 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에서도 와이즈유저 접근이 가능하다.

홈페이지 화면은 비교 기준·월별 요약자료를 제공하는 1페이지와 이용자가 제조사, 단말기, 국가 등 기준을 선택해 검색할 수 있는 2페이지로 각각 구분된다.

방통위는 인터넷 홈페이지뿐 아니라 이동통신 대리점·판매점에서도 가격 비교 공시제도를 안내하는 홍보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전국이동통신집단상가연합회는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일부 효과가 기대된다”며 정부 입장에 화답했다.

◇무엇을,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휴대폰 가격과 해외 가격을 비교·공시한다. 비교 국가는 △네덜란드 △독일 △미국 △벨기에 △스웨덴 △영국 △일본 △프랑스 △호주 △스페인 △캐나다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5개 국가와 중국을 포함한다.

방통위는 휴대폰 가격 비교 제조사를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로 한정했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한 자릿수 미만인 소니, 화웨이, 블랙베리, 샤오미 등은 제외했다. 출고가 80만원 이상 고가 휴대폰 8종과 전체 판매 순위 15위 내에 드는 중저가 휴대폰 3종 등 11종이 비교 대상이다.

첫 공시 휴대폰은 △갤럭시S8(64GB) △갤럭시S9(64GB) △갤럭시노트8(64GB) △G6(32GB) △V30(64GB) △아이폰7(32GB) △아이폰8(64GB) △아이폰X(64GB) △갤럭시A5(2017) △갤럭시A8 △갤럭시J5(2017)다. 휴대폰 내장메모리 용량은 인기 모델 순으로 결정됐다.

국가별 1위 또는 2위 이동통신사 출고가와 제조사 자급제폰 가격을 비교 기준으로 삼는다. SK텔레콤 갤럭시S8(64GB) 출고가와 프랑스 오렌지, 일본 NTT도코모, 미국 버라이즌 등에서 공개한 갤럭시S8 출고가를 한눈에 비교한다.

매월 둘째 주 국가별 휴대폰 가격 정보를 조사하고 다음 달 첫째 주에 공시한다. 매달 한 번씩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휴대폰 교체주기가 2년인 점을 고려, 한 번 공시한 기종은 24개월간 유지한다. 기종별로 최소 23번 업데이트한다. 조사시점에 최초 고시 환율(매매기준율)로 환산한 원화금액을 안내한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우리나라 이용자가 해외보다 비싸게 단말기를 구매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국민 생활비 절감이라는 정책 목표가 구현될 수 있도록 단말기 출고가 비교 정책이 내실 있게 운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

정부가 휴대폰 국내외 출고가 비교·공시 제도를 정식 도입하는 것은 △국가별 동일 휴대폰 가격 불균형 해소 △휴대폰 출고가 인하 유도 △휴대폰 출시 후 조기에 가격 인하 유도 △소비자 휴대폰 구매 선택 기준 강화 △이동통신사 출고가와 자급제폰 가격 차이 정보 제공 △어린이·노인·장애인 등 정보 접근 취약자 정보격차 해소 등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국정감사에서 국내외 휴대폰 가격 차별 문제가 수차례 지적된 것과도 무관치 않다.

방통위가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휴대폰 제조사를 압박하는 첫 카드라는 이면적 의미도 존재한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 법률을 근거로 휴대폰 제조사를 규제하는 건 한계가 분명했다. 방통위는 법적 근거와 상관없이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 제조사를 끌어들이는 확실한 수단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휴대폰 원가 공개' 등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국내 휴대폰 가격과 해외 가격을 동시에 비교하고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국가별 휴대폰 가격 불균형 현상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국가별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일시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