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 총수는 이재용·신동빈…30년 만에 바뀐 총수

넷마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주요 ICT 기업, 대기업 반열에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전자 서초사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각각 삼성과 롯데 총수(동일인)가 됐다. 두 그룹 모두 약 30년 만의 총수 변경이다.

총수는 '해당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라는 뜻이어서 대외 이미지나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명실상부한 그룹 대표가 됐다는 뜻이다. 한편으론 사익 편취 등 공정거래법 위반 시 총수와 그 일가가 직접 적용 대상이 된다는 의미도 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은 넷마블, 메리츠금융, 유진을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새로 지정했다.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 카카오, 넥슨에 이어 넷마블까지 '대기업 반열'에 들어선 것이다.

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60개 기업집단을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삼성과 롯데 총수를 각각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했다고 1일 밝혔다.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 대기업집단과 총수를 지정·발표한다.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이면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며, 이 가운데 10조원 이상인 경우 상호 출자 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종전 삼성과 롯데의 총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들이 정상 경영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각각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회장으로 총수를 변경했다.

공정위는 1987년부터 대기업집단을 지정했다. 삼성은 이번이 두 번째(1987년 이병철 창업주 사망으로 1988년 이건희 회장으로 변경) 총수 변경이다. 롯데는 이번이 첫 변경이다.

총수는 사실상 해당 그룹 지배자를 의미한다. 공정거래법 적용 범위를 확정한다는 공정위 의도와 별도로 총수라는 명칭 자체가 갖는 대외 및 상징 의미가 크다.

공정위는 삼성 총수를 변경한 이유로 이건희 회장이 2014년 입원 이후 경영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들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지배 구조상 최상위에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최다 보유했고, 삼성전자 부회장을 맡고 있는 등 삼성 지배 구조 정점에 있다는 설명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총수 지정 시 고려 요소인) 지배력을 판단하려면 전체 조직, 사업 구도 관련 중요한 의사결정을 누가 했느냐를 봐야 한다”면서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를 이재용 부회장이 결정·실행한 것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한정후견인 개시 결정이 확정된 점, 신동빈 회장이 롯데지주 개인 최다출자자이자 대표이사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은 메리츠금융(6조9000억원), 넷마블(5조7000억원), 유진(5조3000억원)을 새로운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국내 ICT 대표 기업 4개(네이버, 카카오, 넥슨, 넷마블)가 모두 대기업 반열에 들어섰다. 이들은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가 적용되고, 공정거래법상 공시·신고 의무가 부가된다. 업계에선 신생 ICT 기업을 과거 '재벌'과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사익 편취 규제는 위법 발생 시 적용하기 때문에 정상 사업 활동을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고 ICT 기업에 추가로 부담되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