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 장비 톱20 1년 새 고용 1000명 늘어… 올해는 고용절벽 올 수도

지난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계 고용이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 시설 투자 확대 낙수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국내 제조업 가동률이 9년 만에 최저인 70.3% 수준으로 떨어지고 취업자 수가 11개월 만에 줄어든 것과 대비됐다.

17일 전자신문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계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분기 매출액 기준 상위 20개 업체의 고용은 지난해 1분기(8766명)보다 11.4% 늘어난 9767명으로 집계됐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 확대로 장비 주문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장비 업체 가운데 고용이 가장 많은 기업은 세메스다. 지난해 한국 장비 업체로는 최초로 연간 매출액 2조원을 돌파한 세메스는 1분기 말 기준 전년 대비 19.9% 증가한 2017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P시스템, 원익IPS, 피에스케이, 유진테크 같은 장비 업체도 수주 물량 확대에 힘입어 전년 1분기 대비 고용이 20% 이상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채용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디스플레이 패널업계 투자가 확대되면서 일거리가 늘어 고용을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 덕에 지난 1분기에만 각각 영업이익 11조5000억원, 4조3700억원을 냈다. 양사는 올해와 내년 이후로도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인 데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로 해외업체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만 장비업계 고용 증가세는 올 하반기에 멈출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반도체는 장기 호황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디스플레이업계 투자는 올해 급감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후공정 장비로 매년 큰 폭 성장세를 구가하던 톱텍은 지난 1분기 대비 직원 숫자가 7.6% 감소했다.

이와 함께 300명에 약간 못 미치는 직원 수를 보유한 장비 기업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비, 직접 고용을 늘리기보단 단순 조립의 경우 외주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300명 이상 사업체에 먼저 적용하는 주 52시간 근무제 정책을 피하기 위해 일부 직원을 정리해고하거나 회사를 쪼개려는 장비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반·디 장비 톱20 1년 새 고용 1000명 늘어… 올해는 고용절벽 올 수도
반·디 장비 톱20 1년 새 고용 1000명 늘어… 올해는 고용절벽 올 수도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