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데이터요금제 개편을 계기로 보편요금제 법제화 강행 대신 이동통신사 경쟁을 지켜봐야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데이터요금 경쟁 성과에 따라 보편요금제가 추진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졌다.
과기정통부 고위관계자는 3일 “정부가 트리거(방아쇠) 역할이 돼 이동통신사업자 경쟁을 촉발시켰다”면서 “이통사 경쟁으로 의미 있는 통신비 인하 성과가 나온다면 보편요금제 법제화를 유보하는 방향으로도 사회적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당시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던 의견”이라면서 “요금인하 성과가 국민이 동의하는 수준이 돼야 할 것”이라고 전제를 달았다.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 도입 시도 자체로 이통사 경쟁을 유발했다고 판단, 성과로 이어진다면 과도한 개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하며 3만원 미만 저가요금제에서 경쟁이 실종됐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보편요금제 결정권은 국회로 넘어갈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보편요금제를 국회에 제출한다.
그러나 정부가 통신비 인하효과가 있다고 판단, 법제화 유보로 입장을 선회할 경우 보편요금제는 국회 논의에서도 추진동력이 상당부분 약화될 전망이다.
시민단체 의견에도 일부 변화가 감지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당장 KT가 내놓은 요금제만 보면 보편요금제에 비해 데이터 제공량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이통사 경쟁 효과로 보편요금제 수준까지 요금이 내려간다면 법제화까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국회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파행 속에 보편요금제 도입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도 경쟁 활성화 정책이 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관건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저가요금제에서 데이터 확대에 동참 하느냐에 달렸다.
이통사 임원은 “저가요금제 데이터를 확대한 KT 요금 개편이 워낙 파격적이어서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면서 “어떤 방향이 됐든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는 데이터 요금제 개편을 통해 3만3000원(선택약정 적용 시 2만4750원) 요금제에 음성·문자 무제한, 데이터 1GB를 제공,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4만9000원 요금제에 대해서도 3GB+1Mbps 속도제어형 데이터무제한을 적용해 혜택을 대폭 확대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