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황창규 회장과 구 모 사장 등 KT 전·현직 경영진 4명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 없음' 등을 이유로 경찰에 황 회장 등 4명 모두 불구속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20일 황 회장 등에 대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하며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KT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 정치자금 불법 조성에 대한 증거와 정치자금 수수자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경찰 수사 대상이 KT에서 정치권으로 확대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날 검찰은 “구속할 만한 수준의 혐의를 소명하려면 (금품)수수자 조사가 상당 정도 이뤄질 필요가 있지만 수사가 장기간 진행됐음에도 수수자인 국회의원 혹은 보좌진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기각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이 황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구속 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KT는 최고경영자(CEO) 부재라는 최악 위기는 피할 수 있게 됐다.
KT 관계자는 “CEO는 경찰에서 일관되게 연관성을 부인해 왔다”며 “종전과 마찬가지로 향후 조사에서도 사실관계 및 법리 측면에 대해 성실히 소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T는 경찰 추가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황 회장 등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매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장 황 회장은 다음 주 예정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 상하이'에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예정대로 참가할 계획이다.
5G 주파수 경매 이후 장비업체 선정과 대북 사업 준비 등 굵직한 투자 전략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KT는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경찰의 정치권 추가 조사 과정에서 KT 역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다양한 해석이 분분하다. KT 안팎에선 경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황 회장을 겨냥한 보이지 않는 세력이 개입하고 있지 않냐는 의혹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KT가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검찰과 경찰 간 신경전 희생양이 됐다고 분석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