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녁은 있지만 돈 없는 삶'

7월 1일부터 주당 52시간 근로 체제가 시작된다. 임직원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적용되지만 이제 근로 시간 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 됐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화합, 정부와 국회의 노력으로 장시간 근로라는 비생산 행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근로 시간 2위라는 불명예도 해소한다. 무엇보다 근로자와 그 가족은 '저녁'과 '주말'을 함께할 수 있다는 당연한 선물을 받는다.

[기자수첩]'저녁은 있지만 돈 없는 삶'

근로 현장 분위기는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는다. 서울 소재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저녁이 있는 삶'이 요원하다고 했다. 경기도 신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그는 출퇴근 시간만 하루 3~4시간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된 현 상황에서 '저녁 있는 삶'에는 현실과 좁힐 수 없는 괴리가 있었다.

근로 시간 단축으로 인해 줄어드는 급여에다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 볼멘소리를 한다. 직업 특성상 급여 가운데 시간외 수당 등이 많은 직종에서는 '저녁은 있지만 돈은 없는 삶'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한 버스업체는 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근로 시간이 줄면서 버스기사를 추가 채용해야 하지만 줄어든 급여 수준 때문에 지원자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장시간 근로로 인한 사회·경제 손실 등 문제점은 모두가 알고 있다. 추가 일자리도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책과 현장 사이 괴리감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을 찾는 국회라면 대안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앞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탄력근로시간제 범위 확대를 논의할 것이다. 특정일에 법정 근로시간의 8시간을 초과해서 근로할 수 있도록 허용할 때 현행법상 2주~3개월 범위를 연장하는 방안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저녁 있는 삶'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 주길 바란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