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럽 반도체 업계, EU 집행위에 R&D 예산 두 배 증액 요청

[국제]유럽 반도체 업계, EU 집행위에 R&D 예산 두 배 증액 요청

유럽의 반도체 산업이 인공지능(AI)기술 개발, 무역전쟁 위기 극복 등 산업 부흥을 위해 유럽연합(EU)에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반도체 업계는 2014년에 출범한 연구개발(R&D)프로그램을 향후 7년간 두 배인 100억유로(약 13조원)로 늘릴 것을 요청했다.

'유럽 전자산업 가치사슬(밸류체인) 재부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작성에는 유럽의 11개의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했고, 2021년부터 EU 지원 예산을 두 배로 증액해달라는 요청이 담겨있다.

또 반도체, AI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투자 프로젝트에는 국가 지원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줄 것을 요구했다.

약 20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마리아 가브리엘 EU 디지털 경제 담당 집행위원에게 제출됐다.

EU에서 투자 예산 논의 단계에서 산업계 로비가 심해지는 것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제조 2025'계획을 강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을 현실화하면서 유럽 산업계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유럽의 반도체 회사들은 공룡기업인 인텔이나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틈새시장' 기업이다.

노키아가 무너지고, 수년간 침체기였던 유럽의 전자산업은 최근에야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의 반도체회사 인피니온은 300밀리미터(㎜) 웨이퍼를 생산해낼 수 있는 16억달러 규모의 두 번째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는 EU의 전자산업 제조역량 강화사업인 'ECSEL'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민관 협력 기회를 발굴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유럽 반도체업계는 기업, 연구소, 중소기업들이 국경을 넘어 협력하고 혁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조업이나 자율주행 분야에서 AI의 사용 증가는 유럽의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라고 바라봤다.

보고서에서는 “현재 수준을 넘어 밸류체인 간 긴밀하고 지속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면서 “기술 도전과제가 너무 크고, 위험 및 실패요소가 상당하기 때문에 공공 혹은 민간기업 단독으로 감당하기에는 비용이 엄청나다”라고 지적했다.

또 잇단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한 무역 마찰이 심해지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유럽의 반도체 자립역량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반도체는) 자동차, 항공, 우주, 의약, 생명과학 등 전 분야에 걸쳐 이용 가능하며 경제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면서 “공급망에 기업들은 지금보다 더 긴밀하게 일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 전자산업계의 이런 제안이 EU 예산협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아직은 희망사항이라고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