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시장에 뛰어든 삼성·LG·SK그룹이 글로벌 전쟁을 예고했다. 단순 신사업 차원이 아닌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 막대한 자본을 쏟아 붓는다. 화이자·베링거인겔하임·노바티스 등 세계적 제약사와 진검승부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삼성·LG·SK그룹 모두 제약·바이오를 주력으로다. 세부 진출 분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 분야를, LG는 필러·바이오시밀러·신약 분야를, SK는 신약·백신 분야 중점을 뒀다. 삼성·LG·SK그룹 제약·바이오 전략을 분석했다.
◇오너까지 나선 SK 바이오 투자
제약·바이오에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그룹이다.
SK그룹에서 제약·바이오 사업을 주도하는 사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다. 둘은 사촌 간이다. 최 회장과 최 부회장 모두 제약·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확신하고 투자를 확대했다. 최 회장은 SK주식회사 자회사인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을 통해, 최부회장은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 통해 사업을 극대화 한다.
SK가 의약품 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1987년이다. SK케미칼이 삼신제약을 인수, 제약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국내 신약 1호 '선플라주'를 개발했다. 백신과 혈우병치료제에도 주력했다. 세계 최초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도 개발에 성공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저격심사(PQ) 인증을 통한 국제 입찰도 추진한다.
SK는 최근 프리미엄 백신 개발·판매에 주력한다. SK케미칼 백신사업부문을 분리해 계열사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선다. SK케미칼은 세계 두 번째로 대상포진 상업화에 성공, 백신 국산화도 이뤘다.
프리미엄 백신 시장도 주력한다.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 안재용 SK케미칼 백신사업부문장이 대표를 맡았다. 안 대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한 혁신 R&D 기술력 바탕으로 백신전문 기업으로서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 세계 경쟁하는 기업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하나의 제약·바이오 축은 SK주식회사다. 2011년 전문 바이오 기업 SK바이오팜을 설립했다. 2015년 SK바이오팜의 원료의약품 생산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SK바이오텍을 만들었다.
인수합병(M&A)도 주요 축이다. 위탁개발·생산업체(CDMO) 엠펙을 80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바이오·제약 생산시설을 인수한 건 처음이다. 앞서 아일랜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원료의약품 생산공장을 1700억원에 인수했다.
SK는 2020년 의약품 총 생산능력을 160만ℓ 규모로 확대한다. 연 총 생산량 155만ℓ 규모로 화학합성의약품(원료의약품 포함) CDMO 업계 글로벌 1위 스위스 '지크프리트'를 제친다. 현재 총 100만ℓ 규모 생산능력을 갖췄다.
신약도 개발한다. SK바이오팜은 글로벌 3상 임상이 종료된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했다. 글로벌 임상3상 막바지로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승인신청(NDA)을 앞뒀다. 조현병·인지장애, 파킨슨, 조울증 등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등 개발 물질을 확보했다.
SK주식회사는 아시아·유럽에 이어 미국시장까지 생산 거점을 확보해 바이오·제약 사업을 '제2 반도체' 신사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투자를 잇는다는 계산이다.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하는 삼성
삼성그룹 제약·바이오 투자는 2011년부터다. 주력 분야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이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제2 반도체' 사업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위탁 생산한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블록버스터 의약품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한다. 6종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개발 중이다. 한국 3종, 유럽 4종, 미국 2종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는 셀트리온과 세계적 바이오시밀러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세계 최대 바이오시밀러 시장인 유럽·미국에 주력한다. 베네팔리, 플릭사비, 임랄디, 온트루잔트 등 4종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다. 이중 베네팔리, 임랄디, 플릭사비 등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다. 온트루잔트는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글로벌 3대 블록버스터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레미케이드, 휴미라,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개발한 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후속 바이오시밀러가 유럽과 미국 시장 출시를 준비 중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선진 국가에서도 시장 전망이 밝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 미국이 막대한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친화정책으로 나선 것도 시장 성장 요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SK그룹에 앞서 CDMO 사업을 확대했다. 2015년 12월 바이오의약품 3공장을 착공, 지난해 12월 완공했다. 약 8500억원을 투입해 연 18만ℓ 생산능력을 갖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연 총 생산규모는 1공장 3만ℓ, 2공장 15만ℓ에 3공장까지 더해 총 36만ℓ에 이른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업체 베링거인겔하임(30만ℓ)과 론자(28만ℓ)를 넘어선다. 3공장 준공과 함께 세계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규모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삼성그룹 제약·바이오 사업에 위기가 닥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다. 논란에도 외적 성장은 지속 중이다. 하반기 3공장 증설을 통해 도약을 노린다.
◇오랜 노하우로 신약 개발하는 LG
LG그룹은 LG화학 중심이다. 36년 넘게 신약 연구개발 경험을 축적했다. 1980년대부터 축적한 바이오 기술력, R&D 역량 바탕으로 국내 최초 소아성장호르몬, 당뇨신약 등 다양한 오리지널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글로벌 제약사와 사업 협력으로 해외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지속 확대한다. 국내 최초 FDA 승인 신약 '팩티브', 당뇨병 치료신약 '제미글로' 개발에 성공했다.
LG화학은 LG생명과학을 흡수 합병했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가 기존 LG생명과학 사업을 담당한다. 옛 LG생명과학은 LG화학으로 흡수된 후에도 외형 성장을 이뤘다. 1분기 LG화학 생명과학 매출은 1294억원으로 상승 흐름이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LG생명과학으로 분리했던 2002년부터 매년 매출액 대비 20% 안팎을 R&D에 투입했다. 생명과학사업본부 전 임직원 중 R&D 인력은 30%에 달한다. 항암·면역 질환, 당뇨 연계질환 분야 신약 개발에 주력한다. LG화학은 연구개발 인력을 올해 400명으로 늘리고 2020년까지 450명 규모로 확대한다.
당뇨 치료제 '제미글로'에 이을 다수 신약 개발에 주력한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신약 후보 물질도 확대한다.
올해 신약 연구개발에 1400억원을 투입한다. 지난해보다 40% 확대했다. 지난해 생명과학본부 연 매출 25%에 해당하는 수치다. 2020년까지 연구개발비를 2100억원으로 늘린다. 2025년까지 매출 1조6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신약개발 사업도 기대를 모은다. 신약개발을 주도하는 손지웅 본부장은 한미약품 최고의학책임자(CMO) 겸 신약개발본부장 등을 지낸 신약 연구개발 전문가이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엔브렐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 '유셉트'를 국내 출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에 이어 LG화학까지 후발주자로 가세했다.
LG화학은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 일본 시장과 한국에만 집중한다. 1월 일본 내 첫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로 허가받아 보험약가 등재를 마치고 출시했다. 일본에 출시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는 LG화학 제품이 유일하다. 손 본부장은 “미래 시장성과 기회요소 등을 고려해 면역과 항암분야, 당뇨 및 연계질환 분야를 신약 목표 질환으로 선정했다”면서 “임상진입 신약과제 확대 위해 연구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삼성·LG·SK그룹이 제약·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 사회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글로벌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바이오 분야 성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의약품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아이큐비아는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42억달러(약 4조5000억원)로 파악했다. 2013년 9억달러(약 9500억원) 대비 4년 만에 4.7배 성장한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 한계를 느낀 그룹은 혁신 신약 1개 당 수조원 매출을 올린다는 것을 인지한다”면서 “반도체, 자동차 사업에 이어 제약산업이 국가 핵심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