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후 모바일 산업은 웨어러블 기기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사람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가 도래하면서 사용자가 모바일 기기를 소지하는 방식에서 자연스럽게 착용하는 방식이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웨어러블 기기 중 가장 많은 형태는 손목착용형 제품이다. 아직까지 운동량 측정이 주요 기능으로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 활용성이 떨어진다. 안경이나 신발, 벨트형 제품도 조금씩 시장에 등장하는 추세다. 앞으로 의복과 결합해 입을 수 있는 의류일체형 웨어러블 형태에서 몸에 부착하는 패치형 제품이나 신체에 직접 이식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기능 측면에서도 사용자 생체신호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움직임이나 요구사항을 예측해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웨어러블 시장 전망은 장밋빛이지만 아직 웨어러블 관련 부품과 소재 등 요소 기술은 발전이 미흡한 상황이다. 몸에 부착하거나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 특성상 크기와 무게, 착용성 등이 중요한 요소지만 아직 기술 제약이 있다. 최대 3~5일 사용하는데 그치는 짧은 배터리 수명 때문도 항시 착용에 한계로 작용한다.
◇패브릭 반도체, 전도성 섬유, 고용량 배터리…요소 기술 발전 필수
웨어러블 기기가 발전하려면 고효율 배터리, 광대역 통신, 부품 소형화와 저전력화, 센서 기술, 전자섬유, 플렉시블화 등 제반 소재·부품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 사람이 직접 착용하기 때문에 인간공학 측면에서 연구개발이 중요하다.
개인용 웨어러블 기기 핵심 부품은 센서다. 웨어러블 기기와 연관된 서비스 구현을 위해 심박 수, 체온, 스트레스 정도 등 각종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의료용 센서와 온도, 습도, 오존지수, 자외전 지수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환경 센서의 결합이 필요하다.
사용 편의성을 위해서는 소형화와 더불어 한 번 충전으로 지속되는 사용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작은 공간에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고성능 배터리 기술도 필수다. 향후 자유로운 형태로 몸에 착용하거나 부착할 수 있으려면 유연한 플렉시블 배터리도 개발돼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전원 공급이 필요 없는 자체 에너지 하베스팅 등 저전력 운영 시스템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웨어러블 시장은 차세대 시장으로 주목받는다. 삼성전자는 2014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모바일 D램, 낸드플래시를 패키지 하나로 묶은 웨어러블 기기 전용 반도체 패키지 'ePOP'을 개발해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S'에 탑재했다. 묶음 기술로 칩 면적을 50% 이상 줄여 디바이스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배터리 수명을 늘려 제품 자체를 더 얇고 작게 만들 수 있다. 체지방, 심박수, 심전도 스트레스 반응, 피부온도 등 생체신호를 전문 처리하는 바이오프로세서를 선보이기도 했다. 패브릭 반도체나 웨어러블 마이크로 프로세서, 저전력 시스템온칩(SoC) 등 관련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밖에 유연한 인쇄회로기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무선충전 기술, 저전력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술, 전도성 섬유 등 제반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모든 부품은 장시간 착용했을 때 피로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저발열, 저전력, 초소형화 기술이 요구된다. 소재 측면에서도 전기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신체에 부착해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나노파이버를 이용한 패치형 의료기기 제품 개발이 한창이다. 굽히거나 접을 때 내구성이 강하고 세탁 가능이 가능한 신소재 개발이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했을 때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것이 제품 개발에 가장 기본 요소”라면서 “인간 중심 설계에 기반한 웨어러블 기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붙이고 이식하는 웨어러블 등장…인간 맞춤형 서비스 가능해져
웨어러블 기기는 △시계와 같이 착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형 △의복이나 생활섬유 제품과 일체화된 의류일체형 △패치 형태의 신체부착형 △생체에 전자장치를 이식하는 신체이식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가장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는 의료·바이오·헬스다. 웨어러블 기기로 생체신호를 측정해 분석한 후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관리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관련 하드웨어 기술뿐만 아니라 플랫폼과 연계해 다양한 형태 서비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신체 부착형 기기는 보다 간소해지고 일체화돼 사용자 맞춤 헬스케어와 각종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발열을 체크할 수 있는 센싱 패치나 각종 질환 정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자직물 소자 시제품이 개발돼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치매 노인이 실종되었을 때 신속하게 위치와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나 유해가스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소방관 슈트 등 사회 복지나 공공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머리에 쓰는 형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결합하면 콘텐츠 보급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스마트벨트나 스마트셔츠 같은 의류일체형 웨어러블 기기는 아웃도어나 헬스케어 분야와 결합해 건강 상태나 운동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미래에는 스마트 콘택트 렌즈, 스마트 문신 등 형태로 보다 사용자와 일체화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생체에 전자장치를 이식하거나 인간이 복용할 수 있는 형태로 일체화되면 건강 모니터링이나 사용자 인증 기능 등을 제공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뇌파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적용된 웨어러블 헬맷 등장으로 기기와 사용자가 직접 연결되는 형태 플랫폼 기술도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에 따르면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는 2017년 9600만대에서 2021년 1억8500만대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워치와 손목밴드 형태가 가장 많고 신체에 부착할 수 있는 형태, 이어셋, 신발형, 안경형, 주얼리형 순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