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짐승이 등장해 모든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뛰어난 청각으로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을 도살한다. 짐승은 역병에 걸린 사람 시체를 먹고 자라 감염돼 있다. 물린다면 역병에 옮아 곧 죽음으로 치닫는다.
영화 '물괴(Monstrum)'는 조선왕조실록 내용에 기반한 괴물을 다뤘다. 중종 22년 출몰한 새로운 짐승을 당시 사물 물(物), 괴이할 괴(怪)를 사용해 물괴라 불렀다. 물괴가 출몰한 지 열흘 만에 중종은 경복궁을 나와 창덕궁으로 몸을 피한다.
감독은 물괴가 사람 욕심으로 태어난 짐승이라고 설정했다. 패주 연산군이 이종교배를 통해 만들어낸 종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강하고 새로운 동물을 향한 갈망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실제 연산군은 궁내에 많은 동물을 키우는 데 국고를 쏟아 부었다.
자연적 이종교배도 일어나지만 인류는 오래 전부터 호기심 또는 과학 연구를 목적으로 이종교배를 행해왔다. 라이거(Liger), 타이곤(Tigon), 존키(Zonkey), 기프(Geep), 사바나 캣(Savannah Cat), 홀핀(Wholephin) 등이 이종교배를 통해 만들어진 동물이다.
이종교배 동물 가장 큰 문제는 생식능력 저하다. 희귀하기에 가격은 비싸지만 같은 종끼리 교배로 대를 이어가는 것이 힘든 때가 허다하다. 희귀종에 대한 소유욕과 창조에 대한 그릇된 갈망이 동물을 소모품으로 전락시킨다는 얘기다.
일례로 사바나 캣은 18㎏까지 자라는 '수컷 서벌'과 3.5~4.5㎏ '암컷 샴 고양이' 간 이종교배로 태어나는 종이다. 크기가 맞지 않아 교배로 이어가기 어렵고, 수컷이 암컷을 물어 죽이기도 한다. 하지만 분양가가 1만달러를 웃돌면서 이종교배는 계속되고 있다.
논란을 일으킨 반(反)인륜 연구도 있다. 1920년대 인간과 침팬지·오랑우탄 이종교배 시도다. 세계 최초로 인공수정에 성공한 러시아 생물학자 일리야 이바노비치 이바노프에 의해 행해졌다. 다행히 임신으로 이어지지 않아 실패로 끝났지만 지탄을 받았다.
이종교배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진화론 관점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이종교배는 종의 발전에 긍정적일 수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 로즈마리 그랜트, 피터 그랜트 교수 부부는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핀치'가 이종교배했고 이후 교미를 통해 후손을 이어간 사실을 확인, 발표했다. 이들은 핀치가 7세대를 거치자 생물학적으로 새로운 종으로 거듭났다고 분석했다.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도 다른 종과 이종교배했다.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진은 올해 3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네안데르탈인과 인류 조상 사이의 이종교배가 간헐적으로 일어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인간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뤄지는 이종교배라는 얘기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