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보안 표준을 제정하자고 주장했다. 5G 장비를 검증하고 선택할 객관화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다. 국가별 또는 이통 사업자별 5G 장비 보안 우려와 관련해 요구 사항이 있다면 준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웨이가 급한 모양이다. 미국은 물론 영국, 호주 등 정부는 물론 이통 사업자가 5G 장비를 선정하면서 화웨이를 잇달아 배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짙다고 우려, 돌파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이 같은 판단은 4G 롱텀에벌루션(LTE) 장비 시장점유율 1위인 화웨이 아성이 5G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화웨이가 배제되는 첫째 이유는 보안 우려다. 국가 핵심 인프라인 통신에 보안 우려가 제기된 화웨이 장비를 채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 정부로부터 지시를 받을 가능성'이다. 이는 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화웨이가 요구한 '공통 보안 표준'은 반 화웨이 논리를 깨뜨릴 승부수나 다름없다. 국가별·이통사별 보안 요구 사항을 모두 수렴한 공통 표준을 마련해서 시행하면 화웨이는 보안 우려는 물론 안보 위협이라는 명분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화웨이 요구가 수용될지 5G 시장에서 현재 상황을 반전시킬지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화웨이를 배제할 명분이 사라진다.
강력한 가성비를 내세운 화웨이를 5G 시장에서 영원히 배제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공은 5G를 준비하는 국가와 이통사에 넘어갔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화웨이 보안 우려 검증 체계를 확립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5G보안 기술자문협의회'를 구성했다. 보안 검증은 이통사만의 몫이 아니다.
정부와 이통사가 보안 우려 실체부터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실체가 있다면 우려를 해소할 대안 도출이 다음 단계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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