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문화다.”
유명한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이 자신의 저서에서 미국 정치인이자 사회학자 대니얼 모이니핸의 말을 인용해 쓴 명제다. 공산주의를 전복시킨 것이 비틀스의 음악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문화의 힘은 인간의 세계관과 사고체계를 통째로 바꾼다.
2018년 현재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K팝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한류-신한류 현상이 K팝으로 이어져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한글 가사를 번역하고, 한국 가사를 따라 부른다.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고,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열광한다. 일찍이 그 어떤 외교 정책과 외교관도 하지 못한 일이 우리에겐 문화의 전파를 통해 일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 정부와 제도는 문화의 선도에 보조를 맞추기는커녕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하다.
문화체육관광부 부서별 운영 평가 결과를 보자.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꾸린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의 기획운영과와 외신협력과 2개 과는 100점 만점에 총점 61.3점을 받아 172개 부서 가운데 각각 168위, 169위로 나란히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해외문화홍보원 기획운영과는 '문화행정 능력개발' 점수가 60점, 정보화 점수가 38점에 불과했다. 민원처리 점수도 65점에 그쳤다. 외신협력과도 각각 70점, 35점, 65점이었다.
올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해 보니 해외문화홍보원에서는 임직원 간 갑질, 해외 현지인에 대한 갑질, 업무태만,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언행 등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조국에 침을 뱉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국내에서는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연예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연습생과 신인, 소속 연예인에 대한 갑질과 성희롱이 만연해도 소관 부처인 문체부는 법률 상담 전화를 받는 것으로 업무를 마감한다. 후속 조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문화예술공연 티켓이 수 백배 프리미엄이 붙은 암표로 횡행하는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도 문체부 공무원은 법안과 연구 용역을 핑계로 뒷짐만 지고 있다. 정부 공무원의 이러한 복지부동이 우리 문화를 불행으로 이끌게 되지나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수년째 문화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한 문화예술기금이 고갈 위기에 처해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 무색하게 근본 문제 해결이 안 되고 있다. 문체부는 보건복지부 담배세에 손을 내밀 궁리를 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지역 간 문화 쏠림 현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중문화예술 기획업의 약 90%가 서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지방에서는 '스타'를 길러 내기가 요원하기만 하다. 문체부가 충북 등 전국 10개여 곳에서 '음악창작소'를 구축·지원하고 있다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다.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과 관심, 소관 업무 기관에 대한 투명한 관리감독이 더욱 적극 필요하다.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한 말씀만 해 달라. “이 정부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문화”라고.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brandsumin@suminki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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