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에 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이번 선거는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 의회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간 성적표로 국제 정치·경제 구도에도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도 어떻게든 영향을 받는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미중 무역전쟁 변화 가능성 등에 따른 우리나라 통상 및 금융시장 영향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비롯해 각종 보호무역조치와 미중 무역전쟁 등을 통해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였다. 중간선거는 이 같은 대내외 정치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미중 무역갈등 향방에 촉각
중간선거가 임박하면서 현지에서는 8년 만에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 경제 정책에 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서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우리나라 무역 및 통상 환경 변수는 미중 무역전쟁이다. 일단 미중 무역전쟁 양상은 중간선거 결과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하고, 대부분 트럼프 행정부 무역정책이 행정명령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화당이 패배할 경우, 미중 무역전쟁이 한층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우리 정부도 미국 중간선거가 가져올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 개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통상정책 라인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선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에는 변화가 없어 현지 동향과 무역·통상정책 향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전문가도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서는 이번 중간선거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속도조절은 있을 수 있지만, 본질의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남북 경제협력 문제도 미국 중간선거 변수 중 하나다. 민주당이 이길 경우, 경협 속도가 조금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시장, 양원 분리가 '최상'
세계 금융 시장도 숨죽이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른 미국 정책 기조 변화가 세계 금융자산 가격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상원을 지키고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확보하는 예상이 실현될 경우, 금융 시장은 상대적으로 침착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하지만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예산안 등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책 동력 약화에 따른 달러 약세가 즉각 나타나 것으로 관측된다. 중간선거에 이어 G20에서 이뤄질 미중 정상 간 만남에 따른 결과가 중장기 환율 방향성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과 관련한 잡음이 불거질 소지도 크다. 민주당 반대로 2018년 회계연도의 재정 지출 상향 한도가 증액되지 않는다면 재정 절벽을 유발시켜 경기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 미 양원은 부채 한도 유예 조치를 내년 3월 1일로 연장해 둔 상태다. 현재 부채 한도로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감세 정책은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 개인소득세율 인하를 영구화하는 세제개편 2.0 등은 입법 자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시장 예상대로 선거 국면이 흘러갈 경우 국내 증시는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통상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지만,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관련 내홍은 소강 전환했다”면서 “중간선거 이후 글로벌 증시는 전반적으로 상승 기류가 우세했고, 특히 민주당의 하원 승리시 영향은 배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의 우려는 선거 결과가 당초 예상과 달리 공화당 또는 민주당이 독식하는 경우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최근 공화당 지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배제할 수는 없는 시나리오다.
공화당이 양원을 모두 차지할 경우, 친성장 정책 지속으로 달러화 강세와 미국 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물가와 성장에 대한 전망이 상향되면서 주가는 상승하고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차이는 보다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선진 금융시장에 호재지만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신흥국 금융환경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공화당의 양원 승리를 최악 시나리오로 꼽는다. 이 연구원은 “트럼프의 이민, 무역 등 기존 강경정책과 나아가 중산층을 겨냥한 2차 세제혜택 감면 입법안 통과가 훨씬 더 수월할 것”이라며 “재정적자 확대 우려에 국채 금리가 점진 상승하고,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트럼프가 다시 한번 미중 무역분쟁을 재점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양원 독식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확률이 낮은 양원 민주당 승리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미국 주식시장은 실망감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화당 선전이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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