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셀트리온 떠나도 코스닥 대장주는 바이오..."코스닥 시장 외연 확대 절실"

[이슈분석]셀트리온 떠나도 코스닥 대장주는 바이오..."코스닥 시장 외연 확대 절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명단만 봐도 ICT에서 제약·바이오로 시장 주도주 변화 추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2010년 셀트리온이 코스닥 대장주로 올라선 이후 코스닥 시장에서 제약·바이오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증가 추세다. 셀트리온을 필두로 메디톡스, 신라젠 등이 연이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과거 코스닥 시총 상위 자리를 지켰던 서울반도체, SK머티리얼즈 등 정보기술(IT) 분야 하드웨어(HW) 기업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에 몰리는 투심...5년 이후는 '콘텐츠·플랫폼'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달리고 있다. 셀트리온 의약품의 국내 판매권을 이전받아 지난해 7월 설립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은 6일 기준 10조1597억원에 이른다. 지난해말 10만8600원에서 6일 현재 7만2300원으로 33.4% 주가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총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셀트리온의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에도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 상당수는 제약·바이오 업종이다. 신라젠(2위), 바이로메드(6위), 메디톡스(7위), 코오롱티슈진(10위) 등이 시총 상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티슈진,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휴젤 등 제약·바이오업종 7개사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올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ICT기업은 단 2개사에 불과하다. CJ ENM(3위)과 펄어비스(9위)가 고작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시총 상위 10위권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ICT기업은 지난해부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당분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비상장 기업에 대한 벤처투자도 제약·바이오 업종에 몰리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제약·바이오업종에 대한 벤처투자 규모는 6271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2조5000억원에 이르는 신규투자 금액 가운데 24.6%를 차지한다. 2014년 2928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한 벤처캐피털(VC) 심사역은 “경기 동향과 산업 정책 등에 영향을 받는 ICT 분야보다는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 관심이 큰 제약·바이오 분야 투자가 초기 단계 투자에도 매력적”이라며 “회사가 상장까지 못하더라도 기술력은 남는 만큼 위험도 비교적 덜하다”고 전했다.

◇10년전 영광은 어디로...힘 못쓰는 IT 하드웨어 기업

ICT기업 전반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특히 제조업 기반 ICT기업은 유독 코스닥에서 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09년말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 1위였던 서울반도체는 10위권 바깥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2010년 당시 2조6779억원까지 올랐던 시가총액은 6일 현재 1조원 남짓에 불과하다.

디스플레이 부품 업체인 SK머티리얼즈도 마찬가지다. SK머티리얼즈로 이름을 바꿔달기 이전인 2009~2010년 당시 소디프신소재, OCI머티리얼즈란 이름을 서울반도체와 함께 시총 상위 명단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들어 이어진 반도체 업종 특수에도 이들 기업은 쉽사리 주가 상승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가총액 1조원을 넘나들며 2014~2015년 시가총액 상위에 이름을 올렸던 이오테크닉스는 6000억원에 불과한 규모로 주가가 빠졌다. 2018년 현재 시가총액 10위권에 있는 IT 하드웨어 기업은 없다. 감마누, 모다 등 일부 IT 하드웨어 기업은 '감사의견 거절'로 인한 무더기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는 등 제조업 기반 IT기업 전망은 밝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IR 담당자는 “이미 제조업 기반 IT업체 상당수가 주인이 바뀌면서 기존 사업이 아닌 바이오나 블록체인 등 본연의 사업과는 관련 없는 사업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면서 “공장과 설비 등 유형자산을 가진 IT 제조업체가 각종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며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VC) 등 기관투자자 관심도 점차 줄고 있다. ICT제조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 감소 추세를 보이다 2016년에는 1000억원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지난해 1566억원으로 투자 규모가 늘었지만, 전체 벤처투자 시장 확대에 따른 효과에 그친다는 우려가 나온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에 대한 투자는 벤처캐피털보다는 대기업이 나서야 할 분야”라며 “아마 최근 증가한 ICT제조에 대한 투자 증가 추이도 대형 펀드의 구조조정 수요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코스닥 시장의 제약·바이오 쏠림과 ICT 비중 감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스몰캡 팀장은 “앞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5년은 제약·바이오가 이후 5년은 콘텐츠 업체 등 플랫폼 업체가 주목 받을 것”이라며 “코스닥 시장이 ICT 특화시장으로 자리매김하기 보다는 다양한 업종을 발굴할 수 있는 시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 안팎에서는 코스닥 시장 역시도 시장 환경을 반영해 변화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 상장 추이를 보면 제약·바이오기업뿐 아니라 음식료 관련 기업과 해외 기업, 사회적 기업까지 다양해졌다”며 “코스닥이 단순히 나스닥처럼 기술주 중심에 치우친 시장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