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마지막 자존심

박지성기자
박지성기자

국정감사에서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애플코리아 대표들의 답변 태도는 국민에게 답답함을 안겼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매출, 납세 규모 등 기본 현황 질문을 받고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거나 모른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국회와 정부는 이들의 불성실한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그러나 성과가 전혀 없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글로벌 기업의 대한민국 법률을 준수하겠다는 다짐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경영 실적을 공개해야 하는 형태로 규제가 개정되면 개정 규제를 준수하겠다”면서 “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데미안 여관 야오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최근 넷플릭스도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우리나라 망 이용 대가 가이드라인 등 규제를 준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눈앞에 닥친 곤란을 잠시 회피하려는 동문서답일 수 있지만 말의 무게는 무겁다. 준법 다짐은 법망을 빠져 나갈 수는 있더라도 적어도 불법은 저지르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자존심 문제다. 국감에서 위증은 처벌 대상이다.

글로벌 기업이 한 약속을 지켜볼 일이다. 글로벌 기업의 불공정을 바로잡을 법이 잇달아 시행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글로벌 기업이 금지 행위 사실 조사 자료 제출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출 가운데 0.3%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는 제도는 국회를 통과했다. 매출·세금과 관련해서는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2020년부터 구글과 페이스북도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글로벌 기업 준법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법률이 개정되는 데 준수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기업으로서 법을 지키겠다는 마지막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책임이 막중하다. 규제를 개선하면서도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다면 무능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