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드라마 '여우각시별'은 웨어러블(Wearable) 보행 보조물을 착용해 새 삶을 사는 장애 1급 이수연(이제훈 분)의 삶을 그려냈다. 최첨단 의수·의족을 차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꿈을 이뤄낸다. 이수연은 일반인과 똑같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고, 어떤 직장 동료도 눈치 채지 못했다. 날아드는 자동차까지 한 손으로 막아 세울 수 있는 괴력 등 극적 요소를 제외하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잃어버린 신체를 채워주는 의족·의수 필요성은 옛날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원전 8~10세기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 '인공 발가락'이 발견됐고,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역사가 헤르도토스는 다리가 잘린 군인을 위해 '나무 의족'을 만들었다고 기록했다. 기원전 2세기 로마장군 마르쿠스 세르기우스는 오른손을 잃자 철로 손을 만들어 방패를 들었다고 한다.
인간은 단순했던 의족·의수에 기술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1540년경 프랑스 군의관 앙브루아즈 파레는 스프링으로 작동하는 기계 손 '레 프티 로랭'과 잠금 기능이 있는 무릎관절을 만들었다. 미국 남북전쟁 중 다리를 잃은 군인 제임스 행어는 무릎과 발목에 경첩이 달린 '행어 림(LIMB)'을 개발, 특허까지 받았다.
오늘날 기술 발전은 가속화되고 있다. 2008년 영국 터치 바이오닉스가 최초로 일반 구매가 가능한 인체 공학 의수 'i-림'을 출시했다. 각 손가락에 정밀 센서와 모터를 탑재했다. 문자 보내기, 바나나 껍질 벗기기, 볼펜 쥐기 등 세밀한 동작을 지원했다.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는 의료보조기도 있다. 독일 패럴림픽 사이클 선수 데니스 쉰들러는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한 폴리카보네이트 의족을 하고 2016년 대회에 참가했다. 타임 트라이얼 종목에서 은메달, 로드 레이스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가벼우면서도 뛰어난 유연성을 가진 소재로 의족 무게는 812g에 불과했다.
절단 장애인을 위한 최첨단 의족·의수가 많아졌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로봇 의족·의수는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 가격이 높게는 1억원에 육박해 부담이었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에서도 국산화를 위한 연구가 지속돼 왔다.
한국기계연구원 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 의료지원연구실 우현수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발목형 로봇의족'을 개발했다. 자연스러운 발목 움직임을 구현하면서 무게도 발목과 유사한 1.4㎏ 수준이다. 특히 가격을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최첨단 기술 접목은 의족·의수의 자연스러운 동작 구현을 가능하게 한다. 이수현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하는 절단 장애인에게 희소식이다. 이들은 신체적 불편함을 갖고 있지만 다른 사람 시선에서 상처를 입기도 한다.
“나를 다르게 보는 시선 속에 갇혀 살고 싶지가 않습니다.” 드라마 주인공 이수현 대사다.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문제가 있는지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
박진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