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올해 중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은행권의 경쟁이 충분하지 않다는 전문가 지적에 따라 혁신을 선도하고 기존 은행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도록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신규 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길게는 은행업 인가 단위를 세분화해 소형은행, 전문은행 등 특화은행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는 2일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 “은행업 경쟁도 제고를 위한 신규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앞서 금융산업내 경쟁과 혁신 촉진을 위해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은행뿐 아니라 금융권 전 산업에 걸쳐 경쟁도를 평가해 경쟁이 부족한 업권에는 신규 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앞서 금융위는 위원회 평가 결과를 반영해 부동산신탁업과 보험업에 대한 신규 인가 방침을 발표했다.
위원회 평가 결과 국내 은행업권의 경쟁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HHI지수는 1233~1357로 경쟁시장과 다소 집중된 시장의 경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HHI지수는 시장집중도를 평가하는 지수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미국 법무부는 이 지수를 합병 심사 시에 활용한다. 공정위는 HHI지수 1200 이하를 집중되지 않은 시장으로 평가하는 반면에 미 법무부는 1500을 기준으로 삼는다.
시장구조, 경영효율성 등 보조지표 상으로는 더욱 경쟁이 부족했다. 위원회는 특히 상위 6개 은행의 규모가 하위 은행과 큰 격차를 유지하며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향후 경쟁유인이 부족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소비자 역시도 은행업의 경쟁 수준을 보통 이하로 평했다.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신규 진입을 고려한다면 인터넷전문은행 같이 작지만 혁신을 선도하거나 기존 은행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시장 참가자가 적절할 것”이라며 “시중은행이나 지방은행의 추가 진입은 현실적으로 희망 사업자가 나타나기 힘들다는 점, 진입 시에도 기존 상위 사업자와 동등하게 경쟁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도 올해 중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등을 포함한 추진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국회를 통과한 인터넷은행법의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마련해 내년 4월께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에 예비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앞서 금융위가 평가 결과에 부동산신탁 회사에 대한 신규 인가를 3개 업체를 대상으로 허용한 것처럼 적어도 2개 이상 신규 인가를 허용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내년 4월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예비인가를 받으면 본인가를 거쳐 2020년 하반기부터 제3, 제4의 인터넷은행이 영업을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인가 과정에서는 전산망 구축이나 인력 확보, 상품개발 등 1년여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은행업 인가 세분화 등으로 소형은행이 탄생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위원회는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업 인가 단위 세분화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형 특화은행 등 기존 은행업 인가를 세분화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전요섭 금융위 은행과장은 “우선 이달 중으로 신규 인가 인터넷전문은행 범위와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몇개 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