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33>강소연구개발특구 육성 기대 크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901/1148839_20190116140913_311_0002.jpg)
꽤 오래된 얘기다. 세계가 21세기를 맞기 전에 과연 다음 세기의 시대 조류는 무엇일까 하는 논의가 많았다. 돌이켜보면 부질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이른바 '뉴밀레니엄과 패러다임 시프트'는 당시 중요한 주제였다. 시각은 다양했지만 지식 기반 사회와 정보화 진전, 세계화와 지방화 동시 전개는 누구도 빼놓지 않던 키워드였다.
이즈음 우리 정부의 인식도 이 같은 시각과 궤를 맞춘 것 같다. 지방화와 관련해 보면 1999년 당시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75%, 연구 인력 66%, 국가연구기관 48%가 수도권과 대덕에 집중됐다. 공교롭게도 '제1차 지방과학기술종합계획(2000∼2004)'은 뉴밀레니엄을 한 달도 채 남겨 두지 않은 1999년 12월 3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통과한다.
이 지방화라는 주제를 한층 상위로 끌어올린 공로는 아무래도 참여정부에 둬야겠다. 2003년 4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설치됐고, 같은 해 12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연구개발특구도 2005년 1월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제 모습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꽤 긴 성장 과정을 거친 연구개발특구가 오랜만에 모습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정부는 혁신 역량이 우수한 지역 소재 대학, 연구소, 공기업·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R&D 특구인 '강소연구개발특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부터 지정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종전 같으면 국립(연)이나 출연(연) 3개를 포함해 연구기관이 40개 이상 있고 이공계 학부가 있는 대학도 3개 이상 있어야 하지만 강소특구에는 공공 연구기관이 1개 이상이고 일정 조건을 갖추면 신청이 가능하다. 크기도 강소특구당 2㎢로 한정하는 등 말 그대로 작지만 혁신 역량만큼은 강한 특구를 지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이노폴리스(Innopolis)라는 다소 거창한 약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강소특구는 이노타운(InnoTown)으로 부르고 있다.
오랜만에 시행되는 새로운 R&D 특구 지정 방식인 데다 강소특구의 경우 기존 지역 내에 이미 형성돼 있는 혁신 기관 주축으로 지역 산업 기반 위에 지방자치단체의 전략 산업 육성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상당한 긍정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강소특구 지정이 소기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밝힌 바와 같이 자족형 혁신 생태계가 되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과기 중심 지역 혁신 기본 방향으로 제시된 4대 전략과 같이 자기 주도형 지역 혁신, 지역 경제 기여, 지역 현안 과기에 기반을 둔 해결 등을 기준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잘 선정해서 낸다면 이번 새 특구 전략은 성공작이 될 것으로 본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글로컬(Glocal)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세계를 뜻하는 글로벌(Global)과 지역을 말하는 로컬(Local)을 합해 범지구 차원에서 사고하고 지역에서 실천하거나 지역에 착근해서 시작했지만 실상은 글로벌을 꿈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용어가 언제부터 사용된 것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공교롭게도 20년여 전에 뉴밀레니엄 키워드로 생각한 세계화·지방화의 동시 전개란 것과 맥락이 닿아 있기도 하다. 어찌 보면 이번 강소특구가 담아낼 비전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지만 혁신 역량이 응집된, 지역에 기반을 두되 세계 경쟁력을 갖춘 우리 방식의 혁신 성장 플랫폼. 이번엔 가능할 것이라고 한번 꿈꿔 본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