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CES] "전자·IT산업이 혁신성장 마중물"…소재부품 초격차 확보·개방적 생태계 조성 과제

전자신문 주관으로 이달 8일 열린 CES 2019 리뷰&인사이트 콘서트
전자신문 주관으로 이달 8일 열린 CES 2019 리뷰&인사이트 콘서트

# 정부가 제조업 활력 회복과 혁신성장 마중물로 전자·IT산업을 지목했다. 전자·IT산업은 시장규모가 크고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갈수록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신제품 주기가 짧고 트렌드에 민감하며, 다른 산업과 융·복합을 통해 신산업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혁신성장 주역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한 '한국전자IT산업융합전시회'는 산업정책 중심에 전자·IT산업을 위치시키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한국판 CES'를 통해 세계 산업 동향을 점검하고, 우리 제조업 미래 과제를 도출하는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 전자·IT 시장 규모는 2016년 3조4000억달러에 달했고, 2021년에는 4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아마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세계 브랜드 가치 상위 5대 기업이 모두 전자·IT기업이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국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전자·IT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는 배경이다. 100억달러 이상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과 유니콘 기업도 대부분 전자·IT산업 또는 융·복합을 통해 파생된 산업분야에서 출현한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전자·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6%에 달할 만큼 주력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단일 품목 최초로 1200억달러 수출을 돌파한 반도체가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넘어 경제 성장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 전반 활력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국내 생산은 2017년 4분기 이후 감소 추세가 뚜렷하고, 전체 수출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증가세가 미미하다. 설비투자도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 확대로 작년부터 감소세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급부상이다. '중국제조 2025' 정책 영향으로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중국과 경합하는 제품 수는 2005년 2만7000개에서 2015년 5만3000개로 급증했다. 전기차, 드론 등 신산업도 중국이 주도한다. 이런 와중에 국내 산업구조 고도화는 지연됐다.

이에 따라 한국판 CES를 계기로 전자·IT산업 및 제조업 혁신 트렌드를 점검하고, 산업계 전반 혁신 동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로 부상했다.

올해 CES에서는 5G 통신, 인공지능(AI), 로봇,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우리 삶에 더 가까워진 혁신 제품이 대거 출현했다. AI 기술이 모든 제품에 탑재되고, 5G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개리 샤피로 회장이 “AI는 올해 CES 시작이자, 모든 기술 핵심”이라고 평가한 배경이다. 구글과 아마존은 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와 '알렉사'를 통해 플랫폼 경쟁을 본격화했다.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자동차 미래를 바꿀 자율주행차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시사했다. 도요타 차세대 자율주행시스템과 아우디, BMW 등 선도기업의 차세대 기술이 경쟁한다. 서비스 로봇이 대거 등장하고, 가전·통신·반도체·자동차 등 업종 간 협업을 통한 기술경쟁이 심화된 것도 주요 특징이다.

우리나라 혁신 제품도 CES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제조업 혁신성장의 희망을 보여줬다. CTA가 71개 한국 제품에 혁신상을 수여했고, 국내기업의 롤러블 및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차세대 혁신제품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35개 스타트업 업체도 한국관에 참여해 독특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제조업 혁신을 위해 이 같은 전자·IT산업 혁신 성과를 접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미래를 예측하고, 경제·사회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인공지능, 데이터경제, 수소경제 등은 사실상 전인미답의 길이다. 한발 앞서 나가는 '퍼스트 무버'로 정책과 기업 전략이 변해야 한다.

소재부품 혁신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폴더블폰, AI 로봇 등 혁신제품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인공지능 반도체 등 소재부품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반도체가 단기적인 가격조정을 받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견조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배경이다. 반도체 등 핵심 부품과 소재, 장비는 4차 산업혁명을 가능케 하는 기반기술이다. 제조업 부가가치화를 위해서도 놓쳐서는 안 되는 분야다.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전자·IT산업 주력 품목 초격차를 확보하고, 소재부품장비 조기 자립화를 추진해야 한다.

개방적인 혁신 생태계 구축도 필요하다. 미래 사회가 초연결, 지능화, 서비스화 시대로 진화하면서 단일 기술과 제품, 기업 혼자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강자가 국경과 업종을 뛰어넘는 합종연횡을 펼치는 것도 기업 간 경쟁에서 생태계 간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우리나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업계-학계-연구계, 정부와 민간 등 다층적이고 개방적인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상도 성균관대 교수(시스템경영공학과)는 “주요 선진국들은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산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개방적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각각의 산업과 연구개발 주체들이 협업에 적극 참여하고, 성과도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