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제적 투자로 반도체 코리아 위상 지켜가자

현재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대표 산업은 반도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부문에서 사상 최대 이익을 올렸다. 국가 산업 측면에서도 반도체는 당당히 수출 1위 업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산업에서 이상 징후가 조금씩 관측되고 있다. 최고 활황세를 지나 지난해 말부터 주춤하는 기미가 엿보였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활기가 되살아날 시기를 놓고 시각이 엇갈린다. 낙관론자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회복 국면을 점친다. 그러나 침체기가 꽤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비관론도 만만찮다.

[사설]선제적 투자로 반도체 코리아 위상 지켜가자

시장 상황이나 전망도 잘 살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의 전략이다. 반도체, 특히 메모리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 판도를 바꿀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 장비를 경쟁사보다 앞서 도입하기로 했다. 차세대 투자와 신기술 확대에 먼저 뛰어든다는 의미다.

EUV는 반도체 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할 노광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D램 양산에서 EUV를 적용하는 건 세계 최초다. 이 같은 내용은 세계 EUV 장비 유일 제조업체인 ASML을 통해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해 2월부터 평택에 D램용 EUV 라인 공사를 시작했다. 장비 설치와 테스트 등을 거쳐 삼성의 D램 EUV 가동은 설비 입고 뒤 올해 말이나 2020년 초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EUV 장비를 선제적으로 갖추면 차세대 D램에서도 경쟁사보다 앞설 공산이 높아진다. 1위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가 적당한 이윤을 얻는 안정보다는 경쟁자를 압도하는 공세를 취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반도체에서 '치킨게임'을 통해 경쟁사를 압도해 왔다. 시장이 위축될 때 역으로 투자를 늘리고, 활황기가 도래할 때 이익과 점유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이었다.

삼성 EUV 선제적 투자가 차세대 D램 양산에 성공, '반도체 코리아' 주도권을 이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