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폴더블폰' 시대 개막

화웨이가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아웃폴딩 방식의 5G 폴더브폰을 공개한다.
화웨이가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아웃폴딩 방식의 5G 폴더브폰을 공개한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다. 폴더블폰 상용화는 2012년부터 거론됐지만 7년이 지나서야 현실로 다가왔다. 고난도 모바일 기술 개발은 물론, 안정성 검증 과정이 기존과는 차원이 달랐다는 방증이다. 폴더블폰이 침체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변혁을 일으킬 지 관심이다.

◇경쟁구도는

폴더블폰 경쟁을 직·간접적으로 예고한 제조사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화웨이·샤오미· 오포·레노버·구글·인텔·로욜 등이다. 새로운 폼팩터 변화를 주도할 제조사 간 눈치 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스펙 등 보안을 유지하며 경쟁사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5세대(5G) 폴더블폰 '갤럭시폴드(가칭)'를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선다. 지난해 삼성개발자회의(SDC)에서 시제품을 공개, 출시를 예고했다. 최근 광고 영상을 통해 완제품에 가까운 폴더블폰을 노출했다.

평가는 긍정적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시제품보다 세련된 모습”이라고 평가했고 BGR도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얇은 거 같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설계에서 '슬림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얇은 수첩'을 모토로 삼았다는 후문이다.

화웨이는 폴더블폰 대화면 강점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접었을 때 5인치, 펼쳤을 때 8인치 화면을 구현, 삼성전자 폴더블폰보다 크다. 5G 네트워크를 지원, 삼성전자 폴더블폰과 경쟁구도를 갖췄다. 샤오미도 이달 미믹스 시리즈와 5G 폴더블폰을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

오포는 MWC2019에서 폴더블폰을 발표, 경쟁에 합류한다. 레노버는 이르면 상반기 모토로라 레이저 브랜드로 첫 폴더블폰을 소개한다. 구글도 기존 픽셀 브랜드를 계승, 폴더블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은 펜을 내장하는 폴더블폰을, 마이크로소프트(MS)는 폴더블폰 관련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스타트업 로욜은 1월 '플렉스파이'라는 폴더블폰을 공개했다.

LG전자는 5G를 지원하는 아웃폴딩 방식 폴더블폰을 개발 중이다. 연내 출시가 목표다. 5G 스마트폰과 더불어 폴더블폰을 적절한 시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기술 포인트는

폴더블폰 기술은 디스플레이를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과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 두 가지로 구분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인폴딩 방식 폴더블폰을 개발, 출시한다. 가로로 접었다 펴는 방식으로 4인치대 화면과 7인치대 화면을 동시 구현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성을 모두 갖춘 제품이다. 레노버도 인폴딩 방식 폴더블폰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아래로 접는 게 삼성전자와 다르다.

인폴딩 방식은 바깥 디스플레이와 안쪽 디스플레이가 각각 구동하기 때문에 배터리 효율성이 중요하다. 3개 화면을 커버하는 대용량 배터리 탑재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인터페이스 연결성'도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4인치대 화면이 7인치대 화면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인터페이스 전환이 관건이다. △시간 지연 △화면 깨짐 △애플리케이션(앱) 멈춤 현상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웃폴딩 방식 폴더블폰도 마찬가지다.

로욜 플렉스파이가 다른 제조사보다 앞서 폴더블폰을 공개하고 기술 신뢰를 끌어올리지 못한 이유도 인터페이스 연결과 깊은 관련이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는 “플렉스파이 화면을 접을 때마다 화면이 매끄럽지 않고 앱이 서로 겹치거나 SW가 작동하지 않는 등 직관적 연결성이 부족, 끔직한 경험이었다”고 혹평했다.

화웨이·샤오미·로욜 등 다수 제조사는 폴더블폰에 아웃폴딩 기술 방식을 적용했다. 샤오미는 양옆을 바깥으로 접는 더블아웃폴딩 방식으로 설계했다. 아웃폴딩 방식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가 밖으로 노출돼 있기 때문에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기를 떨어뜨렸을 때 지면에 닿는 면적이 인폴딩 방식 폴더블폰포다 넓기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폴더블폰은 소비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 설계가 선행돼야 하고, 대화면 기기에 최적화된 사용자인터페이스(UI)·앱 개발 등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필수요소가 갖춰지지 않은 채 시장에 나온다면 실패한 커브드 스마트폰 전철을 밟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후방 산업도 기대

폴더블폰 상용화를 앞두고 전·후방 산업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속 감소하면서 부품·액세서리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아이폰XS(텐에스)·아이폰XR(텐아르) 등 애플 신형 아이폰 부진이 대표 사례다.

폴더블폰은 흥행은 △디스플레이 △터치입력 △커버윈도 △접착제 △기판소재 △편광판 △힌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등을 개발·생산하는 부품업체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다.

폴더블폰 케이스·강화유리·무선충전기 등을 제조하는 모바일 액세서리 업체 기대감도 높다. 폴더블폰 가격이 기존 스마트폰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품 보호 기능을 갖춘 액세서리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제조사가 폴더블폰에 3.5㎜ 이어폰 잭을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블루투스 이어셋' 시장도 호황을 누릴 거란 관측이다.

액세서리 업체 관계자는 “폴더블폰이 공개된 이후 관련 액세서리를 찾는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예상, 적절한 시기에 액세서리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케이스·보호필름 등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복 과제는

폴더블폰이 흥행하기 위한 최대 극복 과제는 '가격'이다. 이미 제조사는 접히는 부분의 내구성 등 기술 한계를 극복,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 변수다.

주요 제조사 폴더블폰 출고가는 150만원대부터 최대 300만원대까지 고가에 형성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화웨이가 이달 공개하는 5G 폴더블폰 역시 200만원을 호가할 가능성이 짙다.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 평균 가격이 100만원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갑절 수준이다.

이통사는 제조사와 협업, 이르면 상반기 중 '단말 구매 부담 축소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통사는 '2019년 디바이스 사업 계획서'에 신규 렌털서비스 등을 골자로 한 단말 구매 부담 축소 프로그램을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말기 지원금·선택약정할인제도·구형폰 보상 프로그램 이외에 구매 부담을 줄이는 선택사항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통사 관계자는 “스마트폰에서 폴더블폰으로 이동하는 소비자는 점차 늘어날 것이고 이동통신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폴더블폰이 기존보다 고가에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법 테두리 내에서 구매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