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역대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승인조건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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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가 이르면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CJ헬로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심사와 인수허가 심사를 신청한다.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신청도 임박했다.

정부는 통신사 또는 케이블TV 인수합병을 심사하며 경쟁제한성을 해소하고 방송통신 발전에필요한 조건을 부과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에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기업 결합 인가 조건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약처방으로 시작

방송통신 인수합병 중 최대 '빅딜'로 손꼽히는 건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이다.

1999년 12월 시작해 2002년 1월 최종 결론이 났다. 빅딜인 만큼 정부의 인가조건도 직접적이고 강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0년 5월 양사 간 합병이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2001년 6월까지 SK텔레콤이 합병법인 시장점유율을 50%로 제한 △2005년까지 SK텔레콤 자회사 SK텔레텍의 2G 단말기 연간 판매량 120만대 제한을 명령했다.

이어 옛 정보통신부는 2001년 9월부터 양사 합병을 심사해 145일만인 2002년 조건부 인가했다. 정통부는 △무선인터넷 망개방 △상호접속 허용 △단말기 보조금 금지 △011-017 간 망내 통화할인 금지 △약관 통합 △017 사용자의 요금전환 보장 △통화품질 유지 △가입자 번호 유지의무 △번호사용계획 제출 △보호대역 주파수의 사용 불가 △이행계획 수립 및 반기별 보고 △과징금승계 등 이통시장 내에서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13개 인가조건을 부과했다.

공정위 시정조치는 시장점유율과 판매량 등 기업활동을 제한하는 강력한 사후 조치에 초점을 , 정통부는 공익성 확보를 위한 예방조치에 무게를 뒀다. 양사 인수합병 시 부과된 조건은 이후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승인을 위한 중요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다.

◇방송통신융합 추세 반영

2007년 이후 유·무선 통신, 방송·통신 간 결합이 가속화되면서 방송통신 기업 인수합병이 재개됐다. 당시 인가조건을 살펴보면 규제기관은 결합상품을 통한 시장지배력 전이를 예방하는데 관심을 두는 경향이 드러난다.

SK텔레콤은 2008년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신청했다. 유선통신시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공정위는 양사 간 결합이 시장지배력 강화 우려가 높다고 추정했다. 공정위는 결합상품에 대해서는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 판매 강요 금지, 다른 통신사 배제 금지 등 공정성 강화를 위한 예방차원의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직접적 시정조치로 SK텔레콤이 보유한 800㎒ 주파수 사용권에 대한 로밍개방을 직접 부과했다. 시정조치와 별개로 정통부에는 2011년까지 800㎒ 주파수 재배치 등 독점 해소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공정위 시정조치는 정통부 고유권한이던 주파수 관리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결국 정통부는 형식상 공정위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채 △광대역통합정보통신망 구축계획 제출 △이동통신 재판매 시 계열회사 우선제공 금지 및 공정성 확보 △결합상품 판매 공정성확보 등을 주요 인가조건으로 부과했다.

2009년 9월 KT와 KTF 합병 당시에는 필수설비가 쟁점이 됐다.

공정위는 양사 합병이 직접적 시장지배력 강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별도 시정조치를 부과하지 않았다. 이후 옛 방송통신위원회는 KT 필수설비 독점이 후발 유선통신사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 관로·전신주·광케이블 등 필수설비 개방확대를 인가조건으로 부여했다.

유선 통신사가 전국에서 전산망에 등록된 KT 설비를 이용해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합의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5세대(5G) 필수설비 개방확대 정책으로 이어졌다.

이어 LG텔레콤과 LG파워콤, LG데이콤 합병 역시 공정위와 방통위는 비교적 유연하게 판단해 농어촌 광대역망 확대 외에는 눈에띄는 인가조건을 부과하지 않았다.

◇케이블TV, 예방조치에 방점

케이블TV 간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기업규모상 강력한 인가조건이 부과된 사례는 찾아보기 드물다.

역대 최대 케이블TV M&A는 2009년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합병이다.

전국 14개 방송권역을 확보한 티브로드는 7개 방송권역을 확보한 큐릭스를 인수하면서 21개 권역을 확보한 전국사업자가 되려 했다. 유료방송시장 변화규모는 컸지만 공정위는 지역사업자간 합병이 시장지배력을 증가시키지는 않는다고 봤다. 방통위는 공식적으로 별도 인가조건을 내걸기보다는 군인공제회 등 큐릭스 부적격 주주 지분보유를 자발적으로 해소하기까지 기다린 이후 인수합병을 승인했다.

CJ헬로가 2017년 마산·통영·고성지역 케이블TV사업자 하나방송 인수를 신청했을 때는 지역성이 이슈가 됐다. 공정위는 전국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가 지역에서 독점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하나방송 권역 내에서 2년간 요금인상을 억제하고 결합상품 판매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역대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은 조건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승인됐다. 그러나 대부분 동종업계간 인수합병이 승인됐고 방송·통신 기업 간 인수합병은 승인된 적이 없다.

SK텔레콤은 2015년 케이블TV 1위 CJ헬로를 인수합병해 이동통신에 이어 미디어, 유선통신 분야에서 KT에 대한 열세를 일거에 극복하려 했다. CJ헬로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공정위는 서울 양천구 등 21개 지역 유료방송시장, 국내 이동통신 소매시장과 도매시장 등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면서 불허했다. 이후 옛 미래창조과학부 인수합병 심사 절차도 자동 중단됐다.

정부 관계자는 “공정위가 시장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정조치를 부과한다면, 과기정통부는 방송통신시장의 공익성 등 특수성을 감안한 인가조건을 부과하는 양상이 뚜렷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