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에는 '푸른하늘기획과'라는 이색 이름의 부서가 있다. 지난해 1월 환경부 조직 확대·개편 과정에서 '대기환경정책과' 간판이 바뀐 곳이다. 당시 환경부 설명을 빌리면 지난 정부에서 환경부가 환경 파수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고, 미세 먼지나 가습기 살균제 등 환경 현안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자성에서 시작된 조직 개편이었다. 1994년 환경처에서 환경부로 승격한 후 14년 만의 조직 확대였다.
2실이 3실로 늘면서 국민생활과 밀접한 생활환경을 총괄·조정하는 '생활환경정책실'이 신설됐다. 푸른하늘기획과는 생활환경정책실 대기환경정책관 아래 편성됐다. 중앙 부처 조직 명칭 가운데 한자가 아닌 순우리말을 담은 것은 보기 드물다. '자연생태정책과' '기후전략과' '환경산업경제과' 등 환경부 내 다른 조직과 달리 '푸른하늘'이라는 목표를 부서 이름에 명확히 담은 것도 흔치 않다. 낯설지만 신선한 시도이고, 좋은 사례로 여겨졌다.
그러나 요즘처럼 푸른하늘기획과라는 이름이 불편한 때는 없을 듯하다. 부서 이름이 무색하게 지난 일주일 동안 미세먼지로 인해 전국에 짙은 하늘이 이어졌다. 서울 등 수도권은 7일까지 이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시행됐다. 제도 시행 이래 최장 기록이다. '삼한사미'(사흘 추운 뒤 나흘 미세먼지)라는 신조어도 무색해질 정도로 미세먼지 재난 상황이 이어졌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로서는 최근 상황이 머쓱할 듯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환경 비중이 커지고 환경 조직 위상이 높아졌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벌써부터 '미세먼지 30% 감축'이라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악·최장의 미세먼지 사태 책임을 오롯이 환경부가 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선이 모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환경부 조직이 확대된 것은 그만큼 책임도 높아졌음을 뜻한다. 문재인 정부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인 미세먼지 문제를 풀지 못하면 국민 볼 낯이 없다. 일기예보가 빗나갈수록 조직과 예산이 늘어난다는 농담을 듣는 기상청처럼 미세먼지로 조직만 키운다는 소리를 들어선 안 될 것이다.
물론 미세먼지 문제를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어느덧 미세먼지는 '변수' 아닌 '상수'처럼 여겨진다. 그렇다고 이것이 면책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단기간에 풀 수 없는 문제이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문제도 아니다. 미세먼지는 수년 전부터 반복된 고질적 문제다. 지난해에도 우리 국민은 미세먼지 때문에 휴일 나들이를 포기하고, 저마다 '마스크' 전문가가 돼야 했다. 올해 똑같은 모습이 반복됐다.
문 대통령 지시가 아니라 하더라도 환경부가 총력을 기울여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완전 해소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지난해보다는 나아졌다는 얘기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다행히 7일 오후 들어 미세먼지가 보통 수준을 회복했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조기 해제된 곳도 나왔다. 모처럼 모습을 드러낸 '푸른하늘'이다. 내년 이맘때는 '푸른하늘기획과'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