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 나라가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적용하는 '무역기술장벽(TBT)'이 지난해 3065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는 각국 정부가 자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차별적인 기술규정이나 표준·인증 등을 적용하는 것이다. 수입물량 제한처럼 눈에 보이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상대국 입장에서는 해당 국가로 제품을 수출하는 데 장벽이 된다.
TBT가 늘어난 것은 한해두해 일이 아니다.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된 TBT는 2008년에 비하면 10년 사이 두 배로 증가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로 자국에 유리한 관세장벽을 높이기 어려워진 데 따른 것이다.
세계 주요 나라는 기술 규정과 적합성 평가 절차 등에 제한을 가해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을 세웠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TBT가 강화된 것도 우리 기업에겐 부담이다. 중국·미국 등 기존 주력 수출 시장이 포화되는 상황에서 신흥 시장으로 진출마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간 통상마찰에서 보이듯이 세계는 지금 치열한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다. 수출 시장에서 '양보'의 미덕은 없다. 모든 국가가 저마다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한쪽에서는 공격하고, 다른 한쪽은 방어한다. 각 나라가 무역자유화를 외치지만 자국 시장과 기업이 연계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높아지는 TBT 공세 속에서 우리 기업의 수출 역량을 지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자체 대응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TBT 규제에 무방비로 노출되거나, 알고도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 TBT 대응 역량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수출 기업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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