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사연구단이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 원인으로 인근 지열발전소를 지목했다. 조사단은 지열정 굴착과 수리자극 과정에서 주입한 유체 압력이 확산되면서 미소 지진들을 순차적으로 유발시켰고, 시간 경과에 따라 포항 지진이 '촉발'됐다는 결론을 냈다. 지열발전을 위해 땅을 파고 고압의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주위 단층면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포항 지열발전은 메가와트(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 개발 과제로 2010년부터 추진됐다. 5개 후보지에 대한 전문가 자문위원회 등을 거쳐 포항이 최종 선정된 것이 2011년 4월이다. 2012년 공사를 완료하고 포항 지진이 발생하기까지 5년 동안 실증이 진행됐다. 그동안 문제없이 실증이 진행되던 현장에서 왜 갑자기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지진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 의심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조사단은 17명에 이르는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돼 연구를 1년 가까이 진행했다.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정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현재 중지된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 개발 사업을 영구 중단시키고, 해당 부지는 안전성을 확보해 조속히 원상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5년 동안 총 2257억원이 투입되는 특별재생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를 정치적이나 다른 의도로 이용하면 안 된다. 조사 결과 발표 현장에서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만약 조사 결과가 다른 방향이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지진 이후 생활 터전을 잃은 현지 주민들의 분노를 모르는 바 아니다.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부도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로 인해 자칫 에너지 연구개발(R&D)이 위축되는 결과로 귀결되면 안 된다. 새로운 시도는 항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그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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