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시가총액 상위 기업 R&D 투자 지속 증가…성장 밑거름

[이슈분석]시가총액 상위 기업 R&D 투자 지속 증가…성장 밑거름

국내 시가총액 상위 주요 기업 연구개발(R&D) 투자 동향을 조사한 결과 최근 5년간 꾸준히 투자를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R&D 투자 금액 증가는 물론이고, 전체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율도 높아졌다. R&D 투자가 기업 성장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R&D 투자, 기업 성장 필요조건

2일 전자신문이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최근 5년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R&D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시가총액 상위 15개 기업 중 전자·IT·자동차·화학 등 R&D 투자비율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R&D 투자를 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유일하게 10조원대 투자를 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는 18조6620억원을 투자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율은 7.7%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R&D 투자비는 연도별로 등락은 있었지만,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최근 3년을 보면 2016년 14조7943억원, 2017년 16조8056억원, 2018년 18조6620억원으로 늘었다.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는 2조원대 후반 R&D 투자로 2, 3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2조8950억원(7.2%), 현대자동차는 2조7654억원(2.8%)을 R&D에 썼다. 양사 역시 R&D 투자를 지속 늘려왔다.

하지만 매출액 대비 투자비율에서는 차이가 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2%를 기록했지만 이전에는 8~12%대 높은 투자를 해왔다. 반면 현대차는 2.5% 내외를 유지하다 지난해 2.8%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들 기업 외에 1조원대 이상 R&D 투자를 한 곳은 네이버와 LG화학이 있었다. LG화학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R&D 투자를 했는데, 자동차용 전지와 정보전자소재 등 신사업 분야 투자를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1조4039억원을 R&D에 썼는데, 매출액 대비 투자비율은 무려 25.1%에 달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셀트리온과 함께 유이한 20%대 투자비율을 기록했다. 2014년 네이버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는 무려 41.7%를 기록하기도 했다. 네이버 투자비율이 높은 이유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R&D 투자비 2890억원과 매출액 대비 비율 29.4%를 기록했다. 금액은 다른 기업에 비해 적지만, 매출액 대비 비율에서는 최고를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2014년 41.1%, 2016년 38.9% 등 이전에도 매출액 대비 투자비율이 높았다.

◇국내 기업 R&D 투자비율, 글로벌 기업보다 낮아

국내 기업이 R&D에 꾸준하게 투자하고 있지만, 비슷한 업종에 있는 글로벌 선도 업체에 비해서는 매출액 대비 투자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2018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2017년 R&D 투자액 1위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134억3670만 유로를 투자해 전년 순위 4위에서 1년 만에 1위로 뛰어 올랐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R&D 투자액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폭스바겐,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R&D 투자 상위 기업을 제친 것이어서 주목된다.

삼성전자에 이어 알파벳 133억8780만유로, 폭스바겐 131억3500만유로, 마이크로소프트 122억7800만유로, 화웨이 113억3410만유로 순으로 집계났다.

하지만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을 나타내는 'R&D 집중도' 지표에서는 삼성전자는 7.2%로 7위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하는 인텔이 R&D 집중도 20.9%를 기록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화웨이가 14.7%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이 같은 차이는 R&D와 함께 연계개발(C&D, Connect & Develop)을 강화하는 삼성전자 전략과도 연결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최근 모든 기술을 내재화해 개발하기 보다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보안 등 필요한 기술을 시장에서 발빠르게 찾고, 투자나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면서 “최근 글로벌 스타트업이나 벤처에 투자하거나 인수한 사례가 늘었고,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이 삼성전자 핵심 사업에 적용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R&D 투자액과 집중도에서 모두 차이가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18억2820만 유로를 투자해 투자액 순위 73위를 기록했다. R&D 집중도는 2.6%였다.

현대자동차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는 폭스바겐은 R&D 투자액 131억3500만유로, 다임러는 86억6300만유로를 각각 집행했다. 금액 면에서 차이가 컸다. 특히 R&D 집중도에서도 폭스바겐은 5.7%, 다임러는 5.3%를 기록하며 현대차와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 시가총액 상위 주요 전자·IT 기업 R&D 투자 현황(단위:억원)

자료:전자공시시스템

※ 세계 R&D 투자 톱 10 기업 현황(단위:100만 유로)

자료:EU 집행위원회(2018)

[이슈분석]시가총액 상위 기업 R&D 투자 지속 증가…성장 밑거름

[이슈분석]시가총액 상위 기업 R&D 투자 지속 증가…성장 밑거름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