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예고한 것처럼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6조2000억원에 그쳤으며, 2016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촉발된 반도체 사업 부진이 뼈아팠다. 삼성전자가 언제부터 부진에서 탈피하고 실적 반등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7일 증권가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실적이 1분기를 바닥으로 2분기부터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1분기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6조2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 분기 대비 매출은 12.27%, 영업이익은 42.59%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 14.13%, 영업이익은 무려 60.36%나 감소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2016년 3분기 5조2000억원 이후 10분기 만에 최저치다. 또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1분기 이래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예견됐다. 시장에서 '어닝쇼크' 우려가 제기됐고, 삼성전자도 이례적으로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고 인정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 삼성전자는 '예상실적 설명자료' 공시를 통해 “당초 예상 대비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사업 환경 약세로 1분기 전사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잠정 실적 발표 이전에 실적 부진 예상 공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삼성전자 설명처럼 실적 급락은 메모리 가격 하락과 수요 약세 등으로 인한 반도체 사업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번 잠정 실적 발표에서 부문별 실적을 세부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1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3조7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던 지난해 1분기 반도체 영업이익 11조5500억원보다 8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디스플레이 역시 부진했다. 중국 패널 업체들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을 늘리면서 가격 하락폭이 컸고,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도 수요 약세와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1분기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6000억~7000억원 수준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관심은 실적 부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쏠린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로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고 가격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부터 출하 증가, 재고 감소, 반도체 가격 하락 폭 축소 등 업황 바닥 시그널이 기대된다”면서 “스마트폰과 PC의 계절적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며, 일반적으로 하반기 성수기 대응을 위해 세트업체들의 재고 축적이 2분기부터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개선을 위해 단기적 노력은 물론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기술 리더십 기반으로 제품 차별화를 강화하면서 효율적인 리소스 운용을 통한 원가 경쟁력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주력 사업의 경쟁력 제고와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적 R&D 투자 등 핵심 역량 강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