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방통위, 통신사에 위약금 부담으로 망 독점 해소 유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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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집합건물 이용자보호 대책(가칭·이하 대책)'은 원룸과 고시원 등 중소집합건물에 대한 망 독점 해소가 궁극 목표다.

방통위는 특정 통신사와 망 독점 계약을 체결하는 건물주에 대한 규제 권한이 없는 만큼 망 독점 통신사에 위약금 부담을 부과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독점 해소를 추진한다.

KT 등 유선통신도 일단 동의한 만큼 조만간 구체화될 전망이다.

◇배경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특정 통신사가 건물주와 초고속인터넷·IPTV·인터넷전화 등 망 독점계약을 체결,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원룸형 오피스텔의 경우 1인 가구 등 1000세대가량 회선이 설치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통신사가 건물주와 독점 계약하면 다른 통신사 망 설치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소비자는 기존에 가입한 통신사 유선상품을 이용하고 싶어도 사실상 강제로 해지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위약금마저 부담하는 건 부당하다는 게 골자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비례)에 따르면 2018년 창원시 상반기 준공 건물 95개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인 50개 건물이 특정 통신사와 독점계약 형태였다고 지적했다. 표본을 전국 기존 건물까지 확대하면 최소 수십만~수백만명 이상 소비자가 위약금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사 합의

방통위는 독점계약을 체결한 통신사가 소비자가 부담하던 위약금을 전액 분담하도록 제안했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케이블TV와 지난해 말부터 독점건물에 대한 위약금 면제 방안을 논의해 합의를 도출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초고속인터넷시장 지배적사업자였던 유선 1위 KT 반발이 예상됐다. 현실적으로 최다 독점건물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KT에 과도한 위약금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KT도 건물 독점 계약 체결 과정에서 무상 배선설비 공사 요구, 과도한 계약금 요구 등 건물주의 부당한 요구가 부담이 됐다. 일부 건물주는 통신사와 독점계약 체결 이후 세입자로부터 요금을 받는 불법 별정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소비자에게 가야 할 마케팅비용 등 혜택이 건물주에게 전가되는 과정에서 이미지 손상도 우려됐다.

결국 KT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위약금 부담을 명시하는 이용약관 개정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와 KT는 건물 전체를 기업용 인트라넷처럼 구성해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구내망 회선' 형태에 대해서는 위약금 면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과제는

방통위는 규제 권한이 미치지 못하는 건물주가 아닌,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보호 의무를 지닌 통신사에 독점 계약에 따른 경제적 의무를 부과했다.

독점 계약행태가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근본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행법상 건물은 건물주 재산권으로, 방통위가 관할하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공정한 회선 설치를 강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통신사 독점건물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와 더불어 건축법과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건물주의 특정 통신망 강요 행위를 차단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위약금 대책은 집합건물 유선 통신 독점을 해소할 첫 단계로 상당한 실효성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정부가 한걸음 더 나아가 건물주를 규제할 방안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표〉방송통신위원회 집합건물 이용자보호대책(가칭) 개요

[뉴스해설]방통위, 통신사에 위약금 부담으로 망 독점 해소 유도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