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 온도, 전류, 물질량 등 네 가지 물리량 단위의 재정의가 다음 달 20일 효력을 발휘한다.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첨단 연구 및 산업 분야에서는 미세하게 발생할 수 있는 오차까지 원천 봉쇄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측정 단위는 특정 물질을 기준으로 담아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오차가 발생하게 됐다. 예를 들어 질량의 경우 백금과 이리듐을 9대 1 비율로 합금한 '1㎏ 원기'를 만들기 때문에 이를 질량 1㎏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원기 자체가 마모되거나 이물질이 묻음에 따라 변했다. 이로 인한 오차는 미세영역으로 가면 갈수록 커져서 측정 신뢰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에 새로운 단위의 재정의는 원기 대신 변하지 않는 상수를 기준으로 삼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에 따르면 이번에 재정의되는 물리량 단위는 질량(㎏), 온도(K), 전류(A), 물질량(㏖) 등 네 종류다. 질량은 '플랑크 상수(h)', 전류는 '기본 전하(e)', 온도는 '볼츠만 상수(k)', 물질량은 '아보가드로 상수(NA)'로 각각 단위를 정의하게 된다.
플랑크 상수를 기준으로 질량 단위를 측정하게 되면 나노 세계에도 표준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전류와 온도 등 다른 단위도 상수를 기준으로 사용하면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물질이 극미량만 차이 나도 성과가 바뀌는 나노바이오 분야나 전류를 미세 제어하는 첨단 반도체 연구·산업 분야에서 더욱 정확한 조절이 가능해져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만 아직은 새로운 단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가 상용화되지 못해 실제 연구 및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온도 측정 장비도 볼츠만 상수를 쓰는 '음향기체온도계'와 '절대복사온도계'를 개발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5년 정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음향기체온도계는 영상 400도 이하까지 측정하는 장비로, 현재 영하 40도~영상 200도의 5밀리캘빈(mK) 수준 불확도를 구현한 수준이다. 이에 비해 절대복사온도계는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한 단계다.
전류와 물질량도 마찬가지다. 측정 핵심 요소인 '단전자펌프'를 고도화하거나 '절대동위원소 측정법'과 '전하량 적정법' 개발은 아직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국가측정표준 대표 기관인 표준연이 플랑크 상수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인 '키블저울'을 개발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상용화하려면 고도화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1000만분의 1 수준인 '불확도'를 절반인 2000만분의 1로 줄여야 한다. 오는 2021년 이후에나 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연규 표준연 물리표준본부장은 “단위 재정의 실제 적용에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세계 현황을 볼 때 성취가 빠른 편”이라면서 “곧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