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넷플릭스 '코드커팅' 규명을 시작했다.
'반값요금제'까지 내놓으며 한국 시장을 거세게 공략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유료방송 가입자를 얼마나 빼앗아 가는지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의 실체 검증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로 확인되면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넷플릭스를 방송사업자로 분류, 방송법으로 강하게 규제하는 방안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OTT 산업 급성장에 따른 방송매체산업 경쟁상황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발주서를 보면 공정위는 OTT가 지상파·유료방송과 다른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지상파·유료방송은 방송법에 근거한 방송사업자로서 강력한 규제 대상이지만 OTT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부가통신사업자여서 사실상 무방비로 방치됐다.
OTT가 유료방송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면 '규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과도 맞지 않다. 국내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OTT가 넷플릭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정위 조사는 사실상 넷플릭스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는 “유료방송과 OTT 서비스 유사성과 차별성, OTT 서비스의 유료방송 대체 가능성 증가에 따른 경쟁 관계 여부, 이들의 경쟁을 제한하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제도·행태의 원인을 분석할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경쟁 촉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장 분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는 넷플릭스를 보느라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코드커팅 현상이 국내에서도 일어나는지 실체를 확인하는 작업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해외 대비 저렴한 월 이용료 탓에 코드커팅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지금까지 국내 방송 산업계의 인식이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반값요금제'를 내놓는 등 국내 시장 공세를 강화하면서 한국 방송 시장도 더 이상 OTT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위기감이 크다. 넷플릭스 국내 이용자는 지난해 초 80만명에서 올해 초 240만명으로 1년 만에 세 배 급증했다.
공정위 판단은 법 개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가 유료방송을 대체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OTT를 방송법으로 규제하려는 시도가 힘을 받게 된다. 당장 대체하지 않더라도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료를 넷플릭스에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국회에는 △OTT 법적 지위를 유료방송사업자에 준하도록 변경하는 법안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글로벌 OTT 사업자에게 국내 대리인을 두도록 하는 법안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 국내에 서버를 두도록 하는 법안 등이 계류됐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방송 기업의 콘텐츠 기업 대상 불공정 거래 여부도 점검한다. 콘텐츠 공급자와 거래 과정에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배타적 공급 계약을 강요하는 등 불공정 거래 관행, 이용자 약관을 분석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제 시장 분석을 추진하는 단계”라면서 “OTT 산업 전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