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최근 SAP S/4HANA로 전환했다. 국내 4대 대기업 그룹사 최초 사례다. S/4는 SAP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 기반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이다.
이상철 SK하이닉스 상무(경영정보담당)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SAP 사파이어나우 2019 행사에서 8일(현지시간) “지난해 4월 구축을 시작해 10개월 만인 올해 2월 말 온프레미스 기반 S/4HANA(이하 S/4) 전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기존 SAP ECC(ERP Central Component) 6.0버전에서 S/4로 전환했다. 인텔리전스 등 신기술이 탑재돼 있는 데다 ECC 대비 속도, 용량이나 성능을 검토한 결과 S/4 사용이 훨씬 경영과 생산업무 등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이 상무는 “S/4를 도입했을 때 성능과 속도 등을 고려하니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며 “S/4 도입 이후 ERP 속도가 기존 대비 54% 정도 빨라졌고 비즈니스 트랜잭션 개별단위로 보면 적게는 수십배, 많게는 100배 이상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도입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DB 서버 메모리 탑재 용량도 대폭 줄었다. 기존 ERP 시스템 데이터양은 약 8.3TB(테라바이트)로 디스크 스토리지에 있었다. 그러나 S/4는 모두 서버 메모리 위에 DB가 올라가고 인메모리 DB로 구조가 단순해져 필요 용량이 줄었다. 데이터 압축까지 더해져 용량은 6TB 이상 감소한 1.2TB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효율성을 높였다.
하이닉스, SAP와 함께 SK주식회사 C&C가 협업해 S/4로 전환했다. SK㈜ C&C는 2013~2015년 하이닉스 내에서 사용되는 ERP를 통합하고 표준화하는 등 전면 재구축한 경험으로 사업에 합류했다.
S/4 전환 시 가동중단(다운타임)은 10시간 안팎이다. 컨설팅 초기 60시간 중단이 필요하다고 진단됐다. 생산라인이 24시간 가동되는 하이닉스 특성상 10시간 이상 중단 시 생산 등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SAP·하이닉스·SK㈜ C&C 3사는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통해 ERP 제조생산 설비라인은 5시간, 그 외는 10시간 중단으로 전환에 성공했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 CJ대한통운, 웅진 등이 S/4를 구축했다. 롯데알미늄, 야놀자도 S/4를 채택했다.
하소 플래트너 SAP 이사회 의장(공동창업자)은 기조연설에서 세계적으로 총 1만1000여 기업이 기존 오라클DB에서 S/4로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폴 마틴 매리어트 SAP아태지역 수석부사장(SVP)은 “S/4가 출시된 지 3년이 지난 현재 아시아에서 S/4가 차세대 ERP로 각광받고 있다”며 “한국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제 시작하는 단계지만 앞서 인도와 호주, 동남아에서는 이미 많은 기업이 S/4 전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올랜도(미국)=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