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한진 조원태·두산 박정원 '총수' 등극…3·4세 경영인 총수시대 개막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나란히 정부가 지정하는 동일인(총수)에 등극했다. 3·4세 경영인이 그룹을 총괄 진두지휘하는 시대의 본격 개막이다.

정부는 지분율뿐만 아니라 '지배적 영향력'을 종합 고려해서 총수를 지정한다. 총수로 지정됐다는 것은 그룹 전체를 좌우하는 위치에 있음을 공인했다는 의미다. 총수가 되면 공정거래법 등 위반 시 직접 제재 대상이 된다. 총수가 바뀌면 그룹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범위가 달라지고, 이들 역시 직접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카카오는 벤처 출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최초로 자산총액 10조원을 돌파한 대기업이 됐다. 재계 3위 SK는 자산이 크게 늘며 2위 현대자동차와 자산총액 차이가 5조원으로 좁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59개 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15일 지정·통지했다.

공정위는 매년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과 각 집단 총수를 지정한다. 공시 대상기업집단 가운데 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경우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구분한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59개 그룹 가운데 34개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다.

3·4세 경영인이 대거 총수로 등극했다. 한진은 3세 경영인, LG와 두산은 4세 경영인이 각각 총수로 지정됐다. 4세 경영인이 총수로 등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 4위 LG는 구본무 회장이 지난해 타계하면서 구광모 회장으로 총수가 변경됐다. 재계 13위 한진은 최근 조양호 회장 별세로 조원태 회장이 총수로 지정됐다. 재계 15위 두산도 박용곤 명예회장이 별세하며 박정원 회장이 총수 자리를 이어받았다.

공정위는 지분율 등 정량 요건과 지배적 영향력 등 정성 요건을 함께 고려, 총수를 지정한다. 그룹을 좌우하는 '정점'에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공인한다는 점에서 총수 지정에 의미가 있다. 총수가 변경되면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의 범위가 바뀌고, 이들은 공정거래법 등 각종 규제 적용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총수를 바꿔야 할 중대하고 명백한 사유가 발생한 LG, 한진, 두산의 총수를 변경했다”면서 “지난해 삼성, 롯데의 총수 변경 이후 올해도 다수 총수가 바뀌면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상 세대 변화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CT 기업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카카오는 벤처 출신 ICT 기업 최초로 자산총액 10조원을 돌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재계 순위도 39위에서 32위로 올랐다. 네이버도 자산총액이 늘면서 49위에서 45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넥슨은 52위에서 47위로 순위가 올랐고, 넷마블은 지난해와 동일한 57위를 유지했다.

재계 1~10위에서 순위 변동은 크지 않았다. 삼성은 자산총액이 400조원을 돌파(399조5000억원→414조500억원)하며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재계 3위 SK의 자산총액이 지난해 189조5000억원에서 올해 218조원으로 크게 늘면서 2위 현대차와의 격차가 크게 좁혀진 점이 눈에 띈다. 현대차는 자산총액이 소폭 증가(222조7000억원→223조50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현대차는 실적이 악화된 반면에 SK는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SK하이닉스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등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경, 다우키움이 자산총액 5조원을 돌파해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됐다. 메리츠금융, 한진중공업, 한솔은 자산총액이 감소하며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HDC는 자산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서면서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종전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올라섰다.

김 국장은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공정거래법상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 적용 대상이 확정됐다”면서 “집단 관련 정보를 지속 분석·공개, 시장에 의한 감시를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