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20일로 1주기를 맞았다. 갑작스런 타계로 어수선할 수 있었으나 LG는 구광모 회장 중심으로 조기에 안정을 찾았다. 40대 젊은 나이에 재계 서열 4위인 LG그룹 총수로 올라선 구 회장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LG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LG는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집중하며, 변화와 혁신에 나서고 있다.
◇구광모 회장 체제 연착륙
LG는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타계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를 조기에 수습했다. 구광모 회장이 그룹 총수로 올라섰고, 부회장단과 함께 그룹 안정화에 나섰다. 지난해 6월 29일 열린 ㈜LG 임시 주주총회에서 당시 구광모 LG전자 ID 사업부장의 신규 등기이사 선임안이 가결됐고,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재계도 놀란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회장으로 선임된 후 구 회장은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 회장 취임 다음 달인 7월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하현회 ㈜LG 부회장이 자리를 바꾸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이후 권영수 ㈜LG 부회장은 새로운 경영체제가 자리잡는데 힘을 보탰다.
지분 상속 과정도 투명하게 진행 중이다. 구 회장은 상속세 9215억원을 편법 없이 투명하게 납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상속세 역대 최고 규모다. '정도경영'이라는 LG그룹 경영 원칙대로 상속절차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새로운 리더십 보여주는 40대 구광모 회장
젊은 총수 구광모 회장은 기존과 다른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취임 이후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내부에서 경영 구상을 다듬는데 주력했다. 준비를 마친 구 회장은 올해 대외 행보 보폭을 넓히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구 회장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다. 사내에서 본인에 대한 호칭도 회장보다 대표로 부르라고 할 정도로 탈권위적이기도 하다. 호칭을 대표라고 하는 것은 직위보다 직무에 더 중점을 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하는 방식도 바꾸고 있다. 일방적으로 상급자가 전달하는 것보다 함께 의견을 나누는 것을 선호한다. 구 회장 스스로도 임원은 물론이고, 젊은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토론하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경영을 중시해 사업장 곳곳을 방문하고, 연구원들과도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전략에도 변화가 있었다.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순혈주의를 타파했고,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외부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미래성장동력 발굴이 최대 과제
LG그룹이 시도하는 변화의 지향점은 미래 성장동력 발굴이다. 스타트업 투자와 M&A도 결국 미래 먹거리가 될 새로운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LG는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장부품, 로봇, 5G,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을 미래 사업으로 점찍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신기술을 발굴하고,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기업 벤처캐피탈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미국 스타트업에 활발하게 투자 중이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총 4억 2500만 달러를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했다. 글로벌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신기술 확보에 주력한다. 그동안 자율주행, AI, 로봇,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바이오/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 등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동일인(총수) 지정을 받으면서 경영승계상 모든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구 회장이 자신의 경영 철학을 그룹 경영에 반영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이를 반영한 LG의 변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