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대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지목한 바이오헬스 육성을 위해 2025년까지 연간 연구개발(R&D)에 4조원을 투입한다.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인·허가 기간 30% 단축 등 전 주기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정부는 22일 충북 오송 C&V센터에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관계 부처 장관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가 구축한 첫 바이오 클러스터인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 육성 계획을 선언했다.
혁신 전략은 바이오헬스를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차세대 3대 주력 산업 분야로 중점 육성하기 위한 전 주기 지원책을 담았다. 특히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활발한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고, 규제 개선과 수출 지원 등 상업화 혁신에 목표를 뒀다.
우선 '데이터'를 씨앗으로 바이오헬스 산업 전반 혁신을 추구하는 '5대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 2029년까지 최대 100만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해 환자 맞춤형 신약·신의료기술 R&D에 활용한다. △병원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이터 중심병원' 지정 △신약 후보물질 빅데이터 △바이오특허 빅데이터 △바이오헬스 분야 공공기관 빅데이터 등도 구축한다. 공공기관, 연구소, 병원 등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치료제 개발 등 연구에 활용할 국가 인프라가 마련된다.
연간 2조6000억원 수준인 바이오헬스 분야의 정부 R&D 투자는 2025년까지 4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면역세포 활용 표적항암제, AI 의료기기 등 차세대 유망 기술 개발에 예산을 투입한다.
바이오헬스 분야의 금융·세제 지원도 강화한다. 2022년까지 총 15조원 규모로 조성하고 있는 '스케일업 펀드'를 활용해 5년 동안 2조원 이상의 정책 금융을 바이오헬스 분야에 투자한다. 신성장 동력·원천기술 R&D 세액 공제 대상에 바이오베터 임상시험비를 추가하고, 이월 기간은 현행 5년에서 10년까지 연장을 추진한다.
인·허가 규제도 손본다. 융·복합 제품은 개발 단계부터 사전 상담, 신속한 품목 분류로 인·허가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심사 인력을 5년 내 두 배 확충, 인·허가 기간은 기존 18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줄인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 하반기까지 제약·의료기기 규제 개선 로드맵을 마련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인력 양성소인 아일랜드 국립 바이오공정 교육연구소(NIBRT) 시스템을 들여와 국내에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를 설립한다.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전문가, AI 대학원 등도 확대한다.
바이오 의약품 원부자재를 국산화한다. 5년 내 30%가 목표다. 수요기업·개발기업 컨소시엄 R&D를 지원한다.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의 생산 능력은 세계 2위지만 원부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병원 프로세스, 병원정보시스템(HIS), 의약품, 의료기기 등과 패키지로 수출을 지원한다. 한국형 건강보험제도 수출, 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시설 상호 인증 등 정부 간 협력도 강화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도 기업과 창업·벤처기업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우리의 앞선 의료 기술과 정보기술(IT), 인력과 시스템 등이 해외 시장에 패키지로 수출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혁신 전략 이행으로 2030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대비 3배 확대된 6%, 수출은 500억달러(약 59조4000억원), 일자리는 30만개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바이오헬스 산업은 2030년까지 연평균 4% 성장률이 전망된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조선(2.9%), 자동차(1.5%)와 비교해 최대 두 배 이상 높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와 ICT를 융합한 신산업, 우수한 인재, 반도체 등 첨단 산업 경험 등을 기반으로 성장 잠재력도 풍부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바이오헬스 기술 발전으로 고령화 시대에 팽창하는 의료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수준의 IT 기반, 병원 시스템, 의료 데이터, 우수한 인재를 갖추고 있어 글로벌 강국으로 충분히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