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준거법을 국내법으로 변경한 이후에도 국내 이용자에게 불리한 이용 약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법을 위반하더라도 넷플릭스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독소 조항을 여전히 이용 약관에 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넷플릭스코리아(이하 넷플릭스)는 지난달 말 준거법을 종전 네덜란드 법률에서 국내 법률로 변경했다. 당시 이용 약관은 대한민국 법률을 적용받고, 그에 따라 해석된다고 공지했다. 〈본지 5월 15일자 1면 참조〉
그러나 불공정 이용 약관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넷플릭스의 국내법 준수 행보가 구호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넷플릭스는 이용 약관 가운데 '보증 및 책임의 제한' 조항을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용자와 분쟁이 발생하면 한국 법을 준수하겠다는 '준거법' 조항을 변경하면서도 불공정 약관은 수정하지 않았다.
'서비스 중단이나 오류가 없을 것이라고 보증하지 않는다'와 '회원은 넷플릭스를 상대로 모든 특별·간접·2차 배상 청구 권리를 포기한다'는 조항이 대표 사례다. 넷플릭스에 귀책사유가 있는 장애가 발생해도 서비스 유지는 물론 품질을 보장하지 않고 손해 배상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법조계는 이용 약관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공급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은 무효라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제10조 위반이라는 설명이다.
배상 청구 권리 포기 명시는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손해 배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조항으로, 약관법 제7조 위반이다. 또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무효라는 약관법 6조에 저촉된다.
넷플릭스 이용 약관은 국내 OTT 기업의 이용 약관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티빙, 푹, 옥수수 등 국내 OTT 업체는 이용 약관에 귀책사유가 있으면 유료회원에게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했다. 배상이 면제되는 경우는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치명적 기술 결함 등 특정 사유가 있을 때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넷플릭스 이용 약관은 구글·페이스북 사례와 유사한 것으로, 불공정 여부를 검토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용 약관에 책임 회피 조항이 있더라도 불공정 약관 문제가 해소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코리아 관계자는 “회원이 거주하는 국가 법령에 따라 소비자 권리를 보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준거법으로 한국 법을 적용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이용 약관에 일부 불공정 조항이 있는 건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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