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기술 'EUV 펠리클'…한일전으로 압축

미쓰이화학 반도체 공정용 펠리클. <사진=미쓰이화학>
미쓰이화학 반도체 공정용 펠리클. <사진=미쓰이화학>

ASML이 자체 개발하던 극자외선(EUV)용 펠리클 분야 개발에 손을 떼고 일본에 자산을 넘긴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블랭크 마스크 업체 에스앤에스텍이 이 제품을 연구중으로 한·일간 주도권 싸움이 일어날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미쓰이 화학은 네덜란드 노광 장비 업체 ASML과 협약을 맺고 EUV 펠리클 기술 양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미쓰이 화학은 내년 2분기까지 EUV 펠리클용 공장을 일본에 완공하고 2021년 2분기부터 가동한다. ASML이 100% 기술 이전하는 것은 아니다. 수년 간 개발한 EUV 펠리클 기술을 미쓰이 화학에 순차로 넘기면서 양산이 시작될 때 미쓰이에서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반도체 노광 공정은 패턴이 그려진 마스크에 투과시킨 빛을 다시 모아 반도체 웨이퍼 위에 반복해 찍어내는 작업이다. 마스크에 그려진 회로가 축소돼서 웨이퍼에 찍히기 때문에 마스크가 오염되면 불량률이 크게 늘어난다.

펠리클(pellicle)은 마스크 위에 씌워지는 얇은 박막으로 덮개 역할을 한다. 노광 작업 중 마스크 오염을 보호하면서 불량 패턴을 최소화하고 마스크 활용 시간을 늘린다.

문제는 최근 반도체 미세화로 EUV 공정이 주목받으면서 펠리클도 새로워져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노광 공정은 광원 투과 방식을 이용했지만 이 공정은 물질의 모든 상태에서 흡수되기 쉬운 예민한 EUV 특성 때문에 반사 방식을 택한다. 따라서 새로운 성질의 펠리클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는 조건을 만족하는 EUV용 펠리클이 없다.

삼성전자는 일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양산에 EUV 공정을 도입하고 있다. 지금은 마스크만을 이용해 공정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V 마스크 비용이 5억원에 달해 매번 마스크를 갈아 끼우는 것이 업체에게 큰 부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펠리클이 없는 상태로 EUV 공정을 진행하면 생산 속도는 빨라지는 대신 불량 제품 발생률이 커지고 펠리클을 장착하면 생산성이 감소하더라도 불량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며 “EUV 펠리클 구현이 힘들더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EUV 노광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은 수년 간 캐나다 텔레다인과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소자업체들이 요구하는 90% 이상 EUV 투과율을 만족하는 펠리클 개발이 쉽지 않은데다 기존 사업군인 EUV 장비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자 미쓰이에게 관련 기술 개발을 넘기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스앤에스텍이 EUV 펠리클을 개발하고 있다. 한양대와 EUV 펠리클 기술 이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펠리클 개발에 뛰어들었다. 단결정 실리콘, 실리콘나이트라이드 등 신소재로 양산성과 88% 이상 투과율을 갖춘 펠리클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쓰이는 빠른 양산을 위해 폴리 실리콘 소재를 사용한 펠리클로 관련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목표다.

전문가들은 아직 펠리클 양산 수율이 두 업체 모두 30% 선이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술은 아직 '미완성'인 상황으로 분석했다. 안진호 한양대 교수는 “가격은 서서히 낮아지겠지만 현재 EUV 펠리클 가격이 1억원대로 기기 당 일주일에 한번 씩 펠리클을 갈아 끼우는 것을 고려하면 연간 500억원대 비즈니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