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총수일가, 김치·와인까지 동원해 사익 챙겨…공정위, 이호진 전 회장 고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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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가 자신들이 소유한 회사의 김치·와인을 계열사에게 대량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익을 챙긴 사실이 밝혀졌다.

공정위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티시스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대규모로 와인을 구매한 행위를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태광그룹 총수일가의 100% 소유 회사가 설립한 골프장 휘슬링락CC는 2011년 개장 이후 영업부진으로 지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휘슬링락CC는 2013년 총수일가 100% 소유 회사 티시스에 합병돼 사업부로 편입되면서 티시스 전체 실적까지 악화시켰다.

이에 여러 총수일가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던 김기유는 총수 이호진의 지시·관여 아래 티시스 실적 개선을 위해 휘슬링락CC가 김치를 제조해 계열사에 고가로 판매하기로 계획했다. 김기유는 같은 해 5월 그룹 경영기획실이 설치되자 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김치단가(10㎏당 19만원)를 결정하고 구매수량을 할당해 각 계열사에 구매를 지시했다.

2016년 공정위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휘슬링락CC는 경영기획실 지시에 따라 김치 생산을 중단했다. 태광그룹 계열사가 법 위반 기간(2014~2016년) 휘슬링락CC로부터 구매한 김치는 총 512톤600㎏, 거래금액 95억5000억원에 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휘슬링락CC가 제조한 김치는 투입재료, 생산방식, 유통방식 등을 고려하면 시중 가정용 김치 거래가격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고 말했다.

태광그룹 총수일가가 100% 소유한 메르뱅은 와인 소매 유통 회사다. 2014년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 확대 일환으로 계열사 선물 제공사안 발생 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태광그룹 계열사는 와인 가격 등 거래조건을 합리적으로 고려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2016년 공정위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관련 와인 거래를 중단했다. 법 위반 기간(2014~2016년)에 계열사들이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원에 달했다.

공정위는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2년 반 동안 김치, 와인을 구매해 총수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가 최소 33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티시스와 메르뱅이 모두 총수일가 100% 소유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 몰아주기로 기업 가치를 높여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에 이용할 우려가 상당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태광그룹 19개 계열사에 과징금 총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19개 계열사 법인과 이호진 전 회장, 김기유 실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가 총수를 정점으로 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하에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데 동원된 사례를 적발·제재했다”면서 “사익편취 규제가 도입 이후 최초로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조항을 적용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