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 경제 중심축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우리 정부와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히 나섰다.
1일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녹실(綠室)회의를 개최했고, 오후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소재 등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데 따라 정부는 유감을 표하고 국제법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우리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우려를 내비쳤다.
불화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는 전 세계 생산량의 90%, 불화수소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 일본에서 이들 소재를 공급받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공정용 포토레지스트에는 일본에서 공급한 재료들이 많이 쓰인다”면서 “반도체 공정 특성상 한 공정에 필요한 재료만 막혀도 라인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드는 시모스(CMOS) 이미지 센서는 후지에서 만든 감광액이 주로 쓰이는데, 대체재를 찾기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아예 대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술력을 인정하지만 포토레지스트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이 삼성전자 등에서도 점차 점유율을 늘리고 추세”라며 “대체재를 구할 수 있지만 물류비용이 더 많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테크 분야인 극자외선(EUV) 기술에 필요한 포토레지스트는 신에츠화학에서 공급하지만 아직 극소량이라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불화수소는 반도체 식각공정에서 매우 중요한데 기업은 규제애 대비해 우회할 방법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경제계도 일본의 경제조치에 우려를 표했다.
전경련(회장 허창수)은 논평을 내고 “일본 정부가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 부품에 대해서 수출 규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에 깊은 아쉬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양국 경제계는 1965년 국교수립 이후 경제 분야만큼은 '미래 지향적 실용주의'에 입각해 교류 확대를 지속해왔다”면서 “한국 경제계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이러한 양국간의 협력적 경제관계가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정부가 미래 공동번영을 위해 조속히 갈등 봉합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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