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vs린저씨…게임 왕좌 놓고 '팬덤대결'

아미vs린저씨…게임 왕좌 놓고 '팬덤대결'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와 리니지M 팬층 '린저씨'가 세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출시 후 첫 주말을 보낸 'BTS월드'가 기대보다 낮은 성과를 올린 가운데 아미(BTS 팬클럽) 구매력이 리니지 팬덤(린저씨)의 힘을 추월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에 따르면 BTS월드는 17위다. 223위로 시작해 주말간 순위를 끌어올렸으나 예열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출시 이후 24시간이 채 안 돼 다운로드 100만을 돌파한 것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치다. 넷마블 주가는 출시 후 10%가량 하락했다.

모바일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 팬층이 주요 타깃이라 시작이 폭발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 시스템 이해가 일반 모바일게임 이용자층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과금 거부감이 높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날개 소모 등 부분유료화 모델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무료 게임이 아니었느냐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BTS월드 매출 성과는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며 “현재 글로벌 일매출은 시장 기대치인 20억원을 밑도는 5억~7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년째 왕좌를 지키고 있는 '리니지M'은 출시 첫날 이용자 210만명, 매출 107억원을 기록했다. 린저씨로 대표되는 구매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올해 1분기 달성한 모바일게임 매출은 1988억원으로 한 달 평균 매출을 대략 660억원 규모로 추산할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리니지M 1분기 한 달 평균 이용자 수는 약 31만명 수준이다.

현재로서는 순위가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장르적 한계에 높은 객단가(ARPU)를 자랑하는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이기기 쉽지 않다고 본다. 더구나 출시효과를 누려야 할 첫 주 성적이 신통치 않다.

반면 아미 구매력을 볼 때 모바일게임에 적응만 되면 언제든지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팬덤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BTS' 공식 팬카페 회원수는 146만명이다. 화력집중으로 대표되는 아미문화를 고려하면 충분한 잠재 매출 층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BTS월드는 게임 내 1만여장 사진과 100여편 영상 등 독점 콘텐츠를 제공한다. 멤버들과 가상전화통화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실시간으로 멤버들과 메시지와 댓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현재 공식 온라인 굿즈숍에서 판매하는 BTS 상품은 모두 매진 상태다. 앨범은 대략 1만5000원 선이며 의상은 4만8000원에서 9만6000원 사이다. 이외 비공식 굿즈는 가격이 천차만별이나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간다. 구매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팬덤 연령이 다양하다는 점도 매출 상승을 기대하게 한다.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10대, 20대 층이 주요 팬층이지만 30~40대 층이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 뉴스 기준 최근 3개월간 방탄소년단 기사에 30·40대 여성 비율이 2~3번째로 높다.

늦은 나이에 팬덤에 합류한 이들은 HOT, 젝스키스로 대표되는 아이돌 문화에 익숙한 세대다. 지갑을 여는 데 거부감이 없다. 교보 핫트랙스 자료에 따르면 굿즈 판매 비율은 10대 2.8%, 20대 18.4%, 30대 19.7%, 40대 33.9%, 50대 5.5%다. 30·40대가 전체 매출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셈이다. 이들이 평소 지녔던 과금 거부감을 독점 콘텐츠 획득을 위한 팬덤으로 극복한다면 강력한 구매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진영 게임평론가는 “충성도 높은 팬덤 게임 간 자존심 싸움”이라며 “리니지M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아이돌을 위해 지갑을 여는 게 익숙한 계층이 모바일게임 내에서도 지갑을 열 잠재력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