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19>인공지능 전문가 어디 없소?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19>인공지능 전문가 어디 없소?

“인조인간을 만드는 인공지능(AI) 전문 기술자가 될래요.” 똘망똘망한 초등학생의 당찬 한마디가 AI 열풍을 실감케 한다. 투자의 귀재라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한국이 당장 필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는 충고가 심상치 않다. 미국 AI 전공 교수들이 상상을 불허하는 연봉과 함께 구글, 페이스북 등 기업으로 전직했다는 이야기는 그리 새롭지 않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AI 기반 기술과 서비스 수준이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진다는 평가는 충격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19>인공지능 전문가 어디 없소?

AI 전문가 확보가 관건이다. 30년 이상을 수학, 컴퓨터공학, 통계 등 AI 기반 학문에 공들여온 미국이 절반 이상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AI 구인난'으로 열병을 앓고 있는 기업·대학·연구소들은 모두 전문가 영입에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등에서 지급하는 연봉 수준은 이미 상상조차 버거운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간혹 대기업은 소수 전문가라도 영입할 수 있지만 산업의 주축인 중소 전문 기업에는 넘기 어려운 태산이다. 영입은커녕 겨우 훈련시킨 전문가가 대기업으로 유출되는 현실에서 중소기업의 미래는 암울하다. 대학과 연구소 등 AI 전문가 집단이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 시행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미국에서 황창규·진대제·박종우 박사로 대표되는 메모리반도체 실력파들을 영입해서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한 경험이 있다. 그들을 통해 IBM 등 첨단 기술과 방법을 전수받고, 이론을 강화하면서 최고 성능의 메모리반도체 개발에 성공했고, 삼성과 SK하이닉스를 필두로 지금까지 세계 최고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 경험은 다시 선진국 인재를 영입해 전세를 뒤집으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나 단일 기술의 우수성이 시장을 장악하는 메모리반도체와 AI 시장 간 차이점을 이해해야 한다. 다양한 기술과 융합이 전제되는 AI 산업은 소수 전문가 영입으로 승부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19>인공지능 전문가 어디 없소?

해외 전문가 영입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활용도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세계 석학이 우리나라에 와서 제몫을 못하고 떠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또 AI 응용 분야가 워낙 다양해서 필요한 전문가 선택이 쉽지 않다. 자연어처리와 비전이 AI 핵심 기술인 기계학습 및 딥러닝 개발의 실마리이지만 현재는 스마트시티, 의료, 로봇, 핀테크, 정보보호, 경영관리 등 전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AI 기반 교육을 시행, 융합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알고리즘과 데이터분석 기술도 없는 기술자를 AI 응용 산업에 투입하면 단기간 사격 훈련 후 전쟁에 투입된 병사와 같다. 정부가 AI대학원을 지원하고 각종 연구 과제를 통해 인력 양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AI 기반 기술을 더욱 공고히 하고, 인문사회 분야 등 모든 분야에 이를 확산시키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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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 유행도 인기도 독이 될 수 있다. 한 분야의 집중이 타 산업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우리 자원 활용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서 국민과 정부가 공유하고, 숫자가 말하는 성과보다는 실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학·관·연이 똘똘 뭉칠 때다. 컴퓨터 전공자만의 리그가 아닌 융합 인재의 활약이 생존의 비결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