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경쟁의 전제는 공정한 규칙이다. 엄격하든 느슨하든 모든 규칙은 경쟁 당사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특정 당사자에게 유리한 규칙이 적용되면 공정한 경쟁은 어불성설이다. 반칙이 횡행하는 경쟁결과에는 누구든 승복하지 않는 게 세상 이치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영향력 확대와 더불어 OTT에 대한 합리적 규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국회와 정부 모두 의지가 예사롭지 않다. 최소한의 규제 적용이라는 원칙도 마찬가지다. 국내 OTT와 글로벌 OTT를 동일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총론에도 이의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방송에 적용하는 규제를 OTT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 OTT에는 방송 규제와 다른 규제를 적용하는 게 바람직한지 등 상이한 시각이 존재한다.
또 실시간 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를 동시에 제공하는 OTT 그리고 VoD만을 제공하는 OTT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회와 정부의 의지에도 OTT 규제 실효성과 형평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아전인수식 왜곡일 수 있고, 침소봉대식 확대일 수 있지만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OTT 규제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가 규제를 준수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 규칙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경쟁 상대에 대한 불신이다.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 규제 등한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학습효과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예측에서 비롯된 판단이다.
동시에 글로벌 OTT에 효력을 미치지 못하는 규제가 자칫 국내 OTT에는 족쇄로 작용될 수 있다는 걱정도 상당하다. 글로벌 OTT를 규제하려던 당초의 취지가 국내 OTT 규제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는 국내 OTT에 대한 역차별일 뿐만 아니라 규제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럴 바엔 아예 규제를 만들지 않는 게 낫다.
발상을 바꿔 보는 건 어떨까 한다. 현재 국내 OTT는 글로벌 OTT와 다른 규제를 받고 있어 역차별 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경쟁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글로벌 OTT를 규제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국내 OTT 규제를 재검토하고, 글로벌 OTT와 동등하게 균형을 맞춰 주는 것부터 해야 한다.
국내 OTT는 진작부터 글로벌 OTT와 다르게 적용되는 규제 개선을 바라고 있다. 국내 OTT 규제 개선은 규제 완화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국회와 정부의 행보를 감안하면 올해가 OTT 규제 정립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글로벌 OTT 규제 여부는 글로벌 사업자 규제 성패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는 독과점 확대, 양극화 심화, 소비자 선택권 저해 등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한편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다.
경쟁 상대방만이 유리한 규칙의 적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돼야 경쟁에 참여하고 최선을 다하게 된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안 돼도 출발점은 같아야 한다. 아무리 공정한 규칙이라고 해도 약자 입장에서는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전제는 실효성을 담보하는,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는 규칙이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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