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3대 품목 수출을 규제한지 30여일 만에 그 중 1개 품목인 포토 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했다. 앞선 6일엔 일본이 한국을 수출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법 개정안을 공포했지만 추가로 수출을 규제하지는 않았다. 6월말 오사카 G20 정상회담 직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이 신뢰를 저버렸다”며 시작한 '강대강 대결'이 풀린 분위기다. 일본기업이 자국 정부 수출 규제를 피해 한국 수출을 위한 우회로를 찾는 모습도 포착된다.
물론 일본이 확전을 자제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일본 내부 변화는 우리에겐 한숨 돌릴 수 있는 사안임이 분명하다. 일본은 사태 초기만 해도 수출 규제를 자국 문제라고 우기며 양국 실무자 면담조차 '설명회'라는 이름으로 축소하고, 국제회의에서도 우리 측 인사와 만남을 거부했다. 그 사이 우리 정부 관계자는 양국 간 만남을 끌어내기 위해 3~4일 밤을 꼬박 새우고 국제회의를 찾아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시민은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섰고 거리에 나서 촛불을 들었다.
일본 태도 변화는 국민이 하나로 뭉쳐 일본에 맞서고 정부도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세계에 알린 것이 변화를 이끈 동인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경계 눈초리를 뗄 수 없다. 일본이 확전을 자제한다 해도 한국의 추격을 따돌리려는 시도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최근 세계 주요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수출중심 우리 경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당장 현안인 일본에 대항한 정책을 매진하겠지만 또 다른 위협이 된 보호무역주의 기조에도 촘촘한 정책으로 대비해야 한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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